브랜드에 투자…삼성전자 투 트랙 M&A 색깔
입력 2016.11.29 07:00|수정 2016.11.29 07:00
    [Weekly Invest] 9조4000억원 美 하만(Harman) 인수
    기존 기술내재화 목적 M&A에서 고유 브랜드 타겟 대규모 M&A 병행
    '언제든 보유현금으로 10兆 거래 가능' 상징적 의미도
    • 미국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언제든 10조원 이상의 대형 M&A를 추진할 수 있는 확실한 원매자가 됐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됐다. 기존 소규모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부품내재화에 집중했던 전략을 비롯해 세계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 인수에 나서는 등 이 같은 투 트랙(Two-track)방식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M&A 전략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를 진행해 왔다. 9월 프린팅사업부를 휴렛팩커드(HP)에 1조1160억원에 매각했고, 곧이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 1.5% ▲미국 스토리지(HDD)업체 시게이트(Seagate Technology) 지분 전량(4.2%) ▲미국 반도체 설계업% 램버스(Rambus) 지분 4.5% ▲일본 샤프(Sharp)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확보했거나 향후 협력의 효용성이 떨어진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는 M&A를 통해 필요한 사업부를 늘리는 작업도 진행해 왔다. 11월 하만 인수 직전까지 ▲미국 클라우드서비스 업체 조이언트(Joyent), 캐나다 스타트업 광고업체 애드기어(AdGear), 미국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VIV Labs Inc.) 등 올 하반기에만 6건의 기업인수 또는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모두 해외기업이다. 하만 인수와 동시에 뉴넷캐나다(NewNet), 미국 퀀텀닷 재료 기업 QD비전(QD Vision)의 협상을 진행하며 하만 인수발표 이후 거래를 마쳤다. 현재는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PCA)의 자동차부품 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삼성의 M&A 또는 지분투자는 주로 ▲기술력 확보 ▲부품 내재화 ▲소프트웨어(Software)에 집중돼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2억5000만달러, 우리 돈 약 3000억원에 인수한 미국 루프페이(LoopPay)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은 현재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랙시S 및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삼성페이'로 모두 탑재돼 있다. 지난 10월 인수한 타키온(Tachyon)의 기업관련 솔루션은 향후 삼성전자의 기업보안 프로그램 '녹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과정 속 갑작스런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의 M&A 목적이 단순히 기술 내재화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닐 것임을 시사했다. 이미 갤럭시노트 7 배터리 폭발사고로 인해 삼성SDI를 비롯한 계열 부품사들까지 부정적인 인식이 미친 상황 속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은 향후 내재화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기존 인수기업과 달리 하만은 현재 고유의 브랜드를 유지하며 꾸준한 현금 창출함과 동시에, 보유한 기술력을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제품에 이식하는 작업도 병행하게 된다. 이미 기술력과 판매시장을 갖춘 하만을 굳이 삼성에 흡수시키는 작업은 추진하지 않는다.

      하만은 카오디오 및 일반 오디오 분야에서 ▲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세계 시장 점유율 41%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멕시코, 중국, 인도 등 전세계 10개국 19개의 거점에서 총 3만여명의 인력이 근무한다. 지난 12개월 기준 매출액은 70억달러(한화 약 8조2000억원), 영업이익 7억달러(한화 약 82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고유의 브랜드를 유지함으로써 이미 세계시장에서 오랜 기간 손잡아 온 협력업체와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하만의 경영진 유지·독립경영을 우선조건으로 내세웠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존에 삼성전자가 기업을 인수하면서 경영진교체 및 조직문화 이식을 시도하는 등 PMI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이번 하만 인수 당시 경영진유지와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의 전처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삼성전자가  소규모 M&A와 하만과 같이 고유한 브랜드를 유지하며 독립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형 M&A를 병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80.2억달러, 우리돈 9조4000억원의 사상최대 해외기업 인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거래는 모두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으로만 거래됐다. 대형 투자은행(IB)를 자문사로 선임하지 않고도 합병을 통한 인수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인수구조를 고안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언제든 10조원 이상의 거래를 주도할 수 있는 '큰손'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국내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하만 인수를 통해 기존의 M&A 및 PMI 부문에서 다른 방식의 전략을 보여줬다"며 "이번 인수는 세계 M&A 시장에서 전장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