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TV도 'M&A'로 추격하는 삼성, 속도전 직면한 LG
입력 2016.11.29 07:00|수정 2016.11.29 07:00
    [Weekly Invest] OLED로 치고 나선 LG 대비 미온적인 삼성, M&A로 반전 노려
    업계 QLED 상용화까지 '3년~5년', 프리미엄 시장 선점 필요성 커진 LG
    대규모 투자 부담은 LG의 과제
    • LG와 삼성의 미래 TV 시장을 둔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LCD TV 이후'에 대한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의 카드는 이번에도 'M&A'였다. 미래 먹거리로 꼽혀온 QLED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해 기술 확보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해 나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한 발 앞선 LG의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의 QLED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이전인 공백기에 OLED TV로 시장내 확고한 지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 부담이 LG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 'OLED'로 먼저 나선 LG·'M&A'로 반전 꾀한 삼성 

      LCD 이후 펼쳐질 차세대 TV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가 LCD와 차별화 된 기술인 OLED TV를 독점 생산하며 개척에 나섰지만, 삼성은 추격 대신 기존 LCD 기반의 퀀텀닷(QD) TV로 대응하고 있다. 당분간 LCD를 기반으로 시간을 벌면서, OLED 대비 상위 기술로 평가받는 QLED 기술 개발에 집중해 반전을 보이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반전 전략의 핵심은 이번에도 'M&A' 였다. 삼성은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QLED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회사를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3일 미국 퀀텀닷 소재 업체인 QD비전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금액은 약 7000만 달러(한화 820억원) 수준으로 언급된다. QD비전은 미국 MIT 출신 연구 집단으로 구성된 '연구소 기업'이다. Q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 수준의 특허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인수 형식은 '자산 인수'로 알려졌다. QD비전이 보유한 관련 특허 인수가 주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삼성의 QLED 관련 기술 특허는 삼성종합기술원(종기원)에서 보유하고 있다. 주로 미국 글로벌 선두 소재업체인 나노시스의 원천 특허 기술을 차용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QD비전 인수로 중·장기적으로 나노시스의 원천 기술 의존도를 차츰 줄여나가며 독자적인 QD 기술 확보를 꾀할 수 있게 됐다.

      김동원 현대증권 디스플레이 연구원은 "QD비전 인수에 중국 (중국 정부 투자 퀀텀닷 업체 나징 (Najing), BOE), 미국 (나노시스), 독일 (바스프, 머크)업체들이 삼성전자가 제시한 조건보다 파격적인 인수금액과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QD비전은 향후 QLED TV를 비롯한 R&D 능력을 감안할 때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이 전통적인 '국내 그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는 언제든 인수하거나 지분투자·조인트 벤처(JV) 등으로 협력하겠다는 '실리콘밸리 스타일'로 변화했다는 신호를 준 딜(Deal)”이라며 “LG 역시 QLED 기술 개발을 내부 R&D로 진행하고 있지만, 그룹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과 대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OLED 진영이 앞서있는 '3년'…투자 확대 두고 고심중인 LG

      삼성이 QLED로의 가속화를 보인 만큼, 시장에서는 LG가 주도하는 OLED 진영에 삼성이 합류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심 삼성전자의 OLED 합류를 통해 시장의 본격 확대를 기대했던 LG입장에선 다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LG가 독점적으로 이끌어가는 OLED TV는 프리미엄 고객을 중심으로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일본 소니를 포함한 5개 글로벌 완성업체들과 OLED 패널 공급 계약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시장 확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LG 입장에선 삼성의 진입 가능성에 대비해 OLED TV를 통해 시장을 확고하게 선점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QLED의 상용화까지는 최소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OLED TV가 여전히 초고가 '사치품 시장'에 그치고 있는 점이 고민이 되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OLED TV 판매량은 약 100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LG의 올해 전체 TV 판매 전망이 2000만~250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진 5% 수준 출하량에 그치고 있다.

      결국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OLED 출하 비중을 20~30%까지 늘려 ‘대중 시장(Mass market)’을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이를 위해 설비 투자를 통해 대규모 공급망을 갖추고 이를 통해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투자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투자가 집행중인 파주 'P10' 공장에 대형 패널 생산에 최적화된 10세대 OLED 설비 반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10세대 설비를 반입할 경우, 기존 계획한 10조원 규모 투자 외에 최소 5조원에서 8조원의 금액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현재 10조 투자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OLED 10세대 장비 투자로 최소 5조원에 투자금이 더 들어간다면 LG 입장에서도 실패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라며 "그렇다고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6세대 혹은 8세대 설비로 대응하면 시장 선점을 위한 '속도전'에서 밀리다 보니, 경영진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