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삼성' 이슈타고 탄력받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입력 2016.11.30 07:00|수정 2016.11.30 07:00
    지배구조원, 내달 5일 공청회…올해말 공표 가능
    연내 공표 부정적이었지만 '최순실 게이트' 후 시장 공감대
    • 기관투자가를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내달 5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한다. 지배구조원은 금융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을 총괄하고 있는 기관이다. 공청회를 전후해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시행을 위한 전문 웹사이트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18일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안인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공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배구조원은 공청회를 포함해 내달 11일까지 제정안에 대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위원회를 소집해 내달 중순까지 최종안을 만들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말 최종안이 공표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적 지침이기 때문에 공표 즉시 시행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은 당장 내년 정기 주주총회부터 약속된 지침에 따라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다.

      당초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내 제정·공표가 불투명했다. 대기업들이 저항한 것은 물론, 금융위원회가 '민간이 주도하는 게 낫다'며 손을 뗀데다 '국내 최대 기관'인 국민연금이 참여에 난색을 표했던 까닭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는 게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우선 국민연금이 수천억원대 손실을 감수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사실이 재조명 받게 됐다. 삼성은 물론 주요 대기업 그룹이 이른바 '비선 실세'와 얽힌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들이 주주로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민간 주요 기관은 제정 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만큼, 결과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이 투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발표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해 발표된 초안에 비해 논쟁적인 부분이 다소 완화된 것이 특정이다. 초안은 기관이 기업을 '지속적으로 점검·감시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이번 안에는 '감시'라는 표현이 빠졌다. 계열사 및 수익자간 이해상충과 관련된 상세한 지침도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