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5000억 들여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완료…활용법은 아직 불분명
입력 2016.12.05 07:00|수정 2016.12.05 15:43
    롯데 8개 계열사, 이지스일호 보유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완료
    2014년 부여받은 조건부 콜옵션 롯데가 행사
    물류업 확장 전략 아직은 '불분명'
    중장기적으로 유통·물류 연계효과 노릴 것
    • 롯데그룹이 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다만 이번 인수로 롯데가 당장 물류업을 확장하거나 유통영역과의 연계효과를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롯데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작업 또는 그룹 차원의 지주사 전환작업을 통한 유통사업 교통정리가 먼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롯데, '이지스1호' 보유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71.03% 인수완료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자로 이지스1호(특수목적법인ㆍSPC)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71.03%에 대한 인수작업을 매듭지었다. 올초 계획과 달리 현대로지스틱스가 발행하는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은 취득하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

    • 이지스1호는 지난 2014년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소유한 대주주였다. 일본계 금융기업인 오릭스코퍼레이션이 주도해 설립한 이 SPC는 오릭스PE와 롯데가 각각 35%, 현대상선이 30%의 지분을 투자로 참여해 마련됐다.

      당시 롯데의 8개 계열사는 이지스1호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추후 해당 계열사들이 이지스1호의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조건부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인 올 3월(2015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 공시 이후)이 도래하자 롯데그룹은 이사회를 개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에 투자한 투자자들(오릭스·현대상선)로부터 경영권을 이양받기로 결의했다.

      이후 롯데 계열사들이 올 5월부터 이지스1호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입, 6개월 만에 거래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오릭스PE는 우리PE와 공동 운용사(GP)로 별도의 사모펀드(PEF)를 조성, 현대로지스틱스에 재투자해 지분 17.8%를 보유하게 되면서 롯데는 지분 인수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향후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기회도 가지게 됐다.

      ◇ 물류업 확장·유통채널과의 연계효과 위한 활용법 '불분명'

      현대로지스틱스를 품은 롯데는 우선 유통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물류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의 자체 물류사가 역량을 검증받지 못한데다 그룹 차원에서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앞두고 있어 롯데의 물류업 확장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롯데로지스틱스를 보유 중이다. 롯데로지는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으로 대표되는 계열사 물량을 담당하는 2자 물류 중심의 회사다. 롯데는 2자 뿐 아니라 3자 물류도 영위하고 있는 현대로지를 통해 종합 물류 회사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과거 창고역할에만 머무르던 물류업이 이제는 고객서비스와 연계된 효율성 제고로 마진을 내는 영역으로 확장 중"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유통업 자체에서 오는 마진 압박을 물류업을 통해 상쇄하려는 유통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그동안 물류업 영역에서 큰 역량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올해 9월말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740억원, 영업이익 305억원, 당기순이익 217억원을 올린 롯데로지의 역할은 내부 물량에 한정돼있다. 여기에 롯데 유통계열사들처럼 롯데로지 또한 고비용 구조가 수익성을 발목 잡고 있다는 시장의 의견이 많다. 때문에 롯데가 현대로지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다.

      이번 인수는 올 5월부터 예정돼 있었다. 결국 롯데가 현대로지의 활용방안을 고안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롯데가 현대로지를 잘 활용할만한 뚜렷한 방법을 아직까지는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롯데는 유통채널과의 사업·재무적 연계효과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사에 있어 '물류'는 유통부문과 직접적인 연계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다른 유통사보다 덩치가 크고 유통채널도 다각화돼있어 물류 자회사를 통해 물류거점을 확보하고, 물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의 인수를 시도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현재 그룹 차원에서 재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작업과 호텔롯데 상장(IPO) 작업이 원활히 마무리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투자자들은 롯데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통해 흩어진 자회사들의 사업 효율성을 높여주기를 지속해서요구해 왔다. 다만 롯데는 국정조사와 특검수사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며 당장 호텔롯데(IPO) 상장작업이 또 한차례 지연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육상운송이 강점인 롯데로지와 달리 현대로지는 국내외서 택배·항만·항공을 연계한 물류업을 영위 중"이라며 "이번 인수로 향후 롯데의 물류 플랫폼 강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