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6년' 예보, 한화생명 지분 매각 해법은
입력 2016.12.14 07:00|수정 2016.12.14 07:00
    DR? EB? 현실적으로 어려워…직접 매각만이 해법
    한화는 '성의' 보였고 블록세일은 6년간 단 한번 성공
    • 한화생명이 상장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예금보험공사는 2대 주주다. 그 이전부터 매각을 준비해왔고 실제로 일부 매각에 성공했음에도 15%가 넘는 지분을 들고 있다. 예보 지분의 물량부담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발목잡힌 주가에 매각 시점을 정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확정짓는 자리에서도 예보는 한화생명 지분을 조속히 처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의지는 충만하지만,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예보가 한화생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모두 3조5500억원이다. 이중 지분 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2조1400억원이다. 잔여 지분 15.45%를 매각해 1조4100억원을 회수해야 비로소 '본전'이라고 볼 수 있다. 주당 단가로 따지면 1만700원 정도다. 한화생명이 2010년 상장 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주가 수준이다.

      예보가 한화생명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블록세일(block-sale) 등 장내·외 지분 직접 매각 ▲교환사채(EB) 등 채권 방식 유동화 ▲예탁증서(DR) 발행 등 해외 유동화 등이 언급된다.

      채권 방식 유동화는 예보 입장에서 선택하기 힘든 선택지다. 물론 여러 장점이 있다. 현재 한화생명 주가는 7020원이지만, 교환가액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방식으로 매각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예컨데 교환가액을 8400원으로 설정하고 실제 투자자가 주식 교환한다면 8400원에 매각한 효과가 난다.

      그러나 EB는 기본적으로 예보가 사실상 한화생명 지분을 담보로 빚을 지는 구조다. 분기마다 줘야 할 표면금리(coupon)은 '제로'로 하더라도, 만기금리(YTD)까지 '제로'라면 투자자들이 인수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만기까지 채무가 모두 주식으로 교환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교환 기간 내 주식이 모두 교환되지 않으면 남은 원리금을 예보가 다시 갚아야 한다. 주식은 예보 소유로 돌아온다. 불확실성이 크다.

      DR 발행도 쉽지 않은 문제다. 해외 투자자 대상 DR 발행은 사실상 해외 2차상장과 같다. 이는 한화생명이 해당 시장·거래소에 공시 및 상장유지 의무를 진다는 뜻이다. 예보 지분을 팔자고 한화생명에 비용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된다.

      물론 상장 없이 DR을 발행할 수도 있다. '미국예탁증서(ADR) 레벨1'이 이런 사례다. 약식 신고만 하면 되고, 향후 공시 의무도 없다. 그러나 이 경우 투자자의 유동성과 환금성이 제약된다. 국내에 뻔히 상장된 한화생명 주식를 두고 굳이 비상장 DR을 구매할 해외투자자는 찾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DR과 원주(국내 상장 주식) 사이의 차익거래를 노리는 수요를 끌어들일 순 있겠지만, 한화생명의 주식 취득이 외국인에게 자유롭게 개방돼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수단일지도 의문이다.

      결국 남은 건 주식 직접 매각 뿐이다. 물론 이 역시 세부적인 방안은 나뉜다. 주가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한화그룹에 넘길 수도 있고,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장내 매각할 수도 있다.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해 통째로 매각할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한화생명을 통해 예보 지분 7.5%를 사들였다.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시으로 총 5202억원 규모였다. 이는 한화가 예보에 일종의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화그룹의 추가 매입 가능성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차기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한화생명이 이미 13.5%에 달한 자사주를 더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한화의 다른 계열사들은 자금 사정이 녹록치 않다. 수천억원 규모 '삼성 빅딜' 잔금 마련에도 바쁘다.

      블록세일이나 투자자 유치는 주가 추이에 달려있다. 전망은 이 역시 밝지 않다. 한화생명 상장 이후 예보가 한화생명 지분 블록세일에 성공한 건 지난해 3월 단 한 차례 뿐이다. 한화생명 주가가 상승 추세였음에도 우여곡절 끝에 2%만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예보는 올해 5월까지 잔여 지분을 다 처분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가, 지난해 하반기 '2017년까지 매각 완료'로 방침을 바꿨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올해 우리은행 민영화가 어느정도 진전된 성과를 거두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공자위는 우리은행 잔여 지분 처분을 2020년까지로 미뤘다.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공자위가 신경쓸만한 대형 지분 매각은 한화생명 정도다. 공자위가 집중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한화생명 입장에서 예보의 존재는 증자도, 주가부양도 어렵게 하는 존재"라며 "예보가 2010년 상장 과정에서 8200원의 공모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구주매출 규모를 3분의 1로 줄인 대가를 두고두고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