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2대 주주 투자…점점 막막해지는 '회수'
입력 2016.12.15 07:00|수정 2016.12.15 07:00
    실적 나쁘고 전망도 어두워
    매각·IPO 번번이 무산돼
    기업과의 관계도 멀어져
    경영권 없는 투자 위축 심화
    • 국내 기업들의 2대 주주로 참여해온 사모펀드(PEF)들이 투자회수 정체를 겪고 있다. 실적과 업황이 안 좋은 곳들이라 기업공개와 매각은 어려워졌다. 회수 실패 사례가 쌓이자 PEF의 지분 투자 분위기가 위축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SK·GS·두산·LG 등 FI 투자하고 회수 묶인 곳 다수

      SK인천석유화학에 투자한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와 스톤브릿지는 차입형 자본재구조화(리캡)로 투자금 일부 회수를 검토 중이다. 최근 일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거래 조건 등에 대한 제안서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SK인천석화가 흑자전환하자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리캡을 고민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IPO) 시한인 2019년까지 호실적이 유지될 것이란 보장이 없는 탓이다. 유가 등 시황이 급변하면 실적이 출렁인다. 신한PE-스톤브릿지는 2012년에 투자했다. 당시 8000억원을 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회사 실적은 줄곧 적자였고 투자 후 3년 만인 지난해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SK인천석화는 IPO 시기까지 여유가 있어 그나마 나은 사례다. 두산그룹과 SK, GS, LG그룹 등에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섰다 발이 묶인 PEF들이 많다.

      SK그룹 내에서는 SK해운과 SK B&T가 골칫거리다. SK해운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대우가 FI로 있다. SK B&T에는 도미누스와 산업은행PE가 2대 주주다. FI들에게 IPO를 약속했지만 실적도 마이너스고 해운업 전망도 어둡다. 풋옵션(Put Option) 행사를 해도 이를 받아줄 만한 여력이 안 된다. 결국 모회사인 SK㈜가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 GS그룹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증류기·열교환기 및 가스발생기 제조 계열사인 GS엔텍에는 도미누스가 FI로 있다. 지난 2014년부터 몇 차례 IPO를 시도했지만 수월하지 않았다. 이익지표가 걸림돌이었다. 그간 순손실을 기록하다 올해 들어서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모회사인 GS글로벌이 유상증자와 FI 풋옵션 자금 지급 등 지원에 나섰지만 여전히 FI 지분은 남아있다.

      GS E&R도 2대 주주가 PEF인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다. IMM PE와 코퍼레이트파트너십 펀드로 투자했던 GS이니마는 지난해 매각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와 두산중공업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환이 과제다. LG그룹도 LG실트론 FI 지분 교체가 풀리지 않는 숙제이고 포스코에너지와 동부대우전자 역시 내년까지 FI 투자 회수가 시급하다.

      ◇2대 주주 투자 실패사례 반복…기피 현상 강화 가능성도

      2대 주주로 들어간 PEF들은 선택지가 좁다. 투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돼 있다. 수익성 증대를 위한 인력·사업 구조조정 등을 제안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낸다 해도 기존 임원진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IPO나 지분 매각도 기업에 의존해야 한다.

      풋옵션이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조항 등도 '안전장치'가 아니다. 일단 풋옵션 조항 삽입 자체에 대한 감독당국의 부정적인 시선이 부담이다. 행여 옵션 행사로 압박해도 기업의 협조 없이는 돈을 돌려받는 것은 물론 경영권 매각도 순탄치 않다. PEF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했지만 매각이 무산됐던 DICC나, IPO 추진을 두고 갈등을 빚은 LG실트론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수지분 투자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몇 차례 투자 실패 사례로 PEF들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손실 방지를 위해 주주 간 계약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PEF들의 경영 참여 요구가 많아졌고 투자 대상 기업의 수익성 및 차입 지표 기준도 보수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반길 리 없다.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PEF 대신 다른 금융조달 방법을 택하는 편이 낫다.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 초기에는 기업도 PEF도 수익 기대감을 갖고 들어간다"면서도 "실적이 악화되면 회수 문제를 두고 서로 책임만 떠넘기게 되고 둘 사이 관계도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한계 기업들이다. 과거 PEF들이 대규모 장치 산업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험과 이에 따른 국내 기관투자자 들의 보수적인 투자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조선·해운·철강·건설업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투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모습이다. 은행 차입이 어렵고 직접 금융시장 접근이 떨어진 데다 숨통을 트여줄 주체마저 없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다른 관계자는 "경기 변동이 큰 산업은 투자 손실 위험, 회수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 투자자들도 꺼려한다"면서 "PEF들은 현금 창출력이 높고 경기 민감도가 낮은 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결정적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