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주로 FI 들어올 경우 경영기조 변화 예상
마케팅 비용 줄이기 등 비용감축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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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의 그래미 어워드. 9번의 브릿 어워드 수상. 8000만장의 앨범판매. 동시대 최고의 밴드라 불리는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온다. 표는 예매가 시작되자 마자 동이 났다. 이들을 국내로 불러들인 장본인은 ‘현대카드’다.
폴 매카트니부터 레이디가가, 그리고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까지 현대카드는 세계 최고의 뮤지션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이번으로 22번째를 맞는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행사가 더 얼마나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카드가 새로운 주주를 맞이하면서 경영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GE캐피탈 지분 43%를 매각하기 위해 어피니티에쿼트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회수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큰 틀에선 이미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현대차와 투자 회수에 대한 여러 주주간계약(SHA)의 밀고 당김이 예측되고 있다. 거래금액은 6000~9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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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는 주요주주가 전략적투자자인 GE캐피탈에서 재무적투자자인 PEF가 들어왔을 경우 현대카드가 어떻게 변할지다.
GE캐피탈은 2004년 현대캐피탈에 이어 2005년 현대카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한국 금융시장 확대를 노린 GE캐피탈의 전략과 선진금융기법을 배우겠다는 현대카드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GE캐피탈은 관리자들과 실무진들을 현대카드에 상주시키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데니스 홀과 라이언 재닌이 GE캐피탈 측 현대카드 이사회 멤버다. 이들은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관련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GE캐피탈 관계자들은 주로 리스크관리 부문에서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신상품 개발 등에서 상호교류가 이뤄졌다. 이를테면 현대카드가 주택금융 관련 상품을 내놓으려 하면 GE캐피탈이 전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관련 상품을 소개하고, 이를 참고해 현대카드가 상품을 만드는 식이다. GE 아시아지역 사장단들이 현대카드의 마케팅을 배우러 한국에 오기도 하는 등 경영진과의 상호교류도 이뤄졌다.
앞으론 이전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투자 자금 회수에 대한 고민이 없는 GE캐피탈은 회사에 큰 위기가 없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어피니트의 최대 관심사는 회사가치를 높여 비싸게 팔고 나오는 방안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데 ‘카드’가 많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카드의 영업이익률은 1.9%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 대비 0.5%포인트 떨어졌다. 올해부터 시행된 카드사 수수료 인하와 더불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원인이다. 경쟁사인 신한카드(3.8%), 삼성카드(2.5%)의 영업이익률에도 못 미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업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판매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거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마케팅지출비율(신용판매수익 대비 마케팅비용)은 54.9%로 전업카드사 중에서 가장 높다. 업계 1위 신한카드(48.6%)를 비롯해 KB카드(42.6%), 우리카드(43.7%) 등 삼성카드(51.9%)를 제외한 경쟁사들의 마케팅지출비율이 50%를 하회한다.
문제는 높은 마케팅 비용 지출에 대한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기준(신용판매 결제기준)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2.3%다. 신한카드(19.8%), 삼성카드(16.3%) 다음으로 2013년 이후 점유율 개선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수익대비 마케팅 비용은 늘어나는 데 점유율 상승 등 실질적인 지표로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는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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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마케팅 비용부담이 수익구조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문화마케팅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기존 고객들이 좋아하고 ▲현대카드로 고객을 묶어둘 수 있으며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효과적이다라는 정성적인 판단만 이뤄지고 있다. 한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콘서트에 현대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이 많다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비용관리는 현대카드 수익성의 발목을 잡는 중요요소다. 2014년엔 우량고객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카드비용을 줄이는 전략으로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엔 고객 유치 및 관리를 위한 비용 등이 다시금 증가하며 비용효율화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을 재무적 투자자(FI)인 PEF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효과가 불분명한 마케팅을 지켜 볼 FI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PEF 관계자는 “GE캐피탈이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었다면 새롭게 주주가 될 FI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관리에 중점을 둘 수 박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권을 갖지 못한 상황이라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자동차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계열 인데다, 문화사업이 오너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제동을 걸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의 경우 의사 결정구조가 오너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투자자라 해도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않을 것이다”라며 “어피니티가 GE캐피탈처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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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1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