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경영지도' 가능한 지주사 체제 대안 부상
금융·비금융 모두 지주사 전환 '약점' 존재
시간·비용 필요해…"개편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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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까지 언급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현 구조의 대안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떠오른다. 지주회사 전환은 '그룹 컨트롤타워'에 합법적 권리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법적 규제도 수없이 넘어야 한다. 하나를 풀기도 쉽지 않은데 비금융과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되는 배경이다.
◇ 이재용의 삼성, 그룹 컨트롤타워 합법화 방향으로 갈듯
이번 국정조사에서 부각된 미래전략실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조직이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계열사 경영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폐지할 순 있겠지만, 미래전략실이 해오던 기능을 없애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산규모 350조원의 국내 최대 대기업집단인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방향과 미래사업을 누군가는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지난 2006년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했지만, 컨트롤타워 기능은 신설한 전략기획실로 이관했다. 2010년엔 전략기획실을 개편하며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꿨다.
이번에도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개편하고 이름과 소속 조직을 바꾸는 방향으로 '해체'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대외 평판에 민감하고 최대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경영을 하고자하는 이 부회장의 성향상 문제점이 부각된 조직을 그대로 안고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지주회사 전환이다. 지주회사는 일반적으로 자회사에 대한 지배는 물론, 경영지도와 시장조사·육성·투자를 사업 목적으로 한다. 지금 미래전략실이 자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지주회사에 같은 편제를 두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
◇ 전자 분할했다가 경영권 분쟁 휘말릴수도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선택을 한다 해도 실천은 쉽지 않다. 당장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자사주(보통주 기준 12.8%)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로 쪼개는 방식이 삼성그룹에 가장 유리하다. 이 경우 삼성전자지주회사는 삼성전자사업회사 지분을 12.8% 보유한 상태로 분할된다. 삼성물산 등 기존 최대주주 지분을 넘기면 지분율이 손쉽게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기준(상장사의 경우 20%)을 넘어서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전자사업회사는 인적분할 후 모두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된다. 지주회사 전환시 일반적인 분할 비율을 고려하면 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은 50조원, 사업회사의 시가총액은 200조원 안팎이 된다.
만약 글로벌 헤지펀드가 기회를 노리고 5조원만 지주회사에 투입하면 순식간에 1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경영권을 확보하면 글로벌 1위 정보통신회사를 좌우할 수 있고,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현물출자가 예정된 이상 차익거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지주회사에 매수가 쏠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주가가 오르면 삼성그룹이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전자지주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지주회사를 분할하자마자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는 분할합병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 방법도 단점은 있다. 삼성물산 시가총액이 25조원에 불과해 합병 후 이 부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단순 계산시 현재 17%인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합병 후엔 5.7%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 금융지주사 설립도 순환출자·조 단위 비용 부담
미래전략실에는 금융계열사의 전략을 담당하는 금융일류화추진팀도 편제돼있다. 오랜 기간 비선 조직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정식으로 미래전략실에 편입됐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면 금융 부문 콘트롤타워도 재편해야 한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를 금융지주 형식으로 재편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 보험업법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지분만을 떼어내 금융지주회사를 만든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이 문제가 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화재 지분율은 15%다. 이 지분을 지주회사로 올리는 데 최소 2조원이 필요하다.
지분율도 맞춰야 한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율은 30%(상장사 기준)이다. 삼성화재의 자사주(15.9%)를 인수하면 되지만, 이 역시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현행 법규상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에선 지분 추가 취득 자체가 불가능하다.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1.1%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삼성물산에서 시작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거쳐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아직 2개 남아있다. 이 고리를 먼저 끊어내지 않으면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은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5%의 향방이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이 지분을 모두 매각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같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선 안된다. 최소 2% 이상을 삼성물산에 넘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만 해도 5조원 규모다.
삼성전자가 최근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지주회사를 포함해 최적의 지배구조를 검토하겠다'라고 표현한 건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반영됐을 거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만큼 어떻게든 지배 체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로드맵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완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정기 인사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평소 같았으면 그룹 인사는 12월 초에 이뤄지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조사가 시작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지난 2007년 ‘삼성 특검’ 당시에도 정기인사를 다음해 5월로 미룬 전례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3월쯤에야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인사가 개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가 미뤄지면서 사업부별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내년 사업계획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당장의 업무 실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전략실 해체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수준에서 인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되든 이번 인사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람들이 얼마나 자리잡을 수 있느냐다. 미래전략실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유물인만큼 미래전략실 해체와 그룹 정기 인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이 시작한다는 점을 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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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07일 15: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