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MSC에 좌지우지된 롱비치터미널 매각
입력 2016.12.16 07:00|수정 2016.12.19 11:17
    [국내 해운업 좌초 ②] '주인공'으로 착각한 현대상선, 들러리선 대한해운
    MSC, 우선매수권 행사보다 잃을 것 없는 거래
    현대상선, 롱비치 경영권 내주고 반쪽자리 2M 가입
    입 맛만 다신 대한해운…교통정리 못하는 '해수부'
    • 결국 대한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인수를 포기해야 했고, 현대상선은 2M의 주축인 MSC의 인수 컨소시엄에서 제외됐다. 대한해운이 보유한 우선협상권은 예상대로 유명무실했고 해운동맹(얼라이언스) 2M 가입을 시도했던 현대상선은 간신히 반쪽 짜리 성과만 거두게 됐다.

      당초 현대상선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46%를 보유한 MSC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진해운 보유지분(54%) 인수에 나섰지만 최근 MSC가 단독으로 인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꿨다. MSC가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추후 현대상선이 일부 지분을 인수해 2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은 조만간 MSC에게 롱비치터미널 지분매각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MSC와 현대상선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알려졌을 당시부터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영권은 MSC에 내어주지만 인수자금은 공동으로 부담하는 탓이다. 롱비치터미널 공동인수를 통해 2M의 주축인 MSC와 롱비치터미널 공동인수에 나섬으로써 2M 합류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MSC입장에선 현대상선과의 컨소시엄 구성은 손실이 전혀 우려되지 않는  거래였다. 3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포함한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고,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현재 46%지분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MSC가 현대상선과 컨소시엄형태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롱비치터미널 입찰에서 누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썼든 간에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MSC가 인수할 권리가 있었다"며 "MSC가 현대상선(산업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것은 경제적 실익을 챙김과 동시에 국가에서 밀어주는 해운사와 손을 잡았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중순 현대상선이 회생절차 돌입 위기를 넘길 때만해도 2M가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이달에서야 현대상선 관계자는 2M가입의 한 축인 머스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 막판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이달 중순 현대상선은 2M 가입에 대한 결론을 냈지만 머스크, MSC와 동등한 수준의 협력관계는 맺지 못했다. 가입기간은 3년으로, 해운동맹이 통상 5~10년 간 관계가 유지되는 것에 비해 짧았다. 선박을 섞어서 운영하는 '선복공유'에서도 현대상선은 제외됐다.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한 대한해운은 들러리만 선 모양새가 됐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해 대형 화주들을 확보하려 했던 계획은 무산됐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은 옛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이용할만한 국내 또는 해외 대형 화주를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었다.

      해운사가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면 화주들이 급한 화물선적이 필요할 경우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또한 화물이 항구에 도착해서도 적시에 하역작업 진행이 가능한 탓에 터미널 확보는 해운업체에게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입찰 도중 대한해운에 대한 포기압력도 적지 않았다. 해운업계 고위관계자는 "MSC측에서 대한해운에 롱비치터미널 인수를 포기하고 현대상선을 밀어주라고 했다"며 "MSC가 보유한 롱비치 인근의 조그만 터미널을 사용할 것을 제안 받았다"고 했다.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애초 현대상선과 대한해운이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인수 할 것을 제안했다. 현대상선은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고, MSC와 공동인수를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결국 성사되진 않았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앤컴퍼니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대한해운 또는 현대상선이 입찰에 들어가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계획이었다. 한앤컴퍼니는 이 같은 이유로 입찰에서도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7일 대한해운은 결국 롱비치터미널 협상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미주-아시아노선의 인수는 내달 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확정되지만 현시점에선 불투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MSC가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하는 것이 기정 사실로 보인다"며 "롱비치터미널이 과연 누구에게 실익이 되는 매각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롱비치터미널 매각에서도 정부의 '헛발질' 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