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최종합류한 내용을 놓고' 불완전한, 흠결이 있는 동맹'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이 동맹이라고 정의내리며 내세우는 몇 가지 요소들이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절차와 맞물려 진행된 현대상선의 2M 합류 협상은 지난 수개월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에 안착하지 못한다면 국내 컨테이너선사 중 누구도 동맹에 들어가지 못하는 구도가 그려지는 의미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됐다.

현대상선은 지난 11일 미주와 유럽 노선에서 3년간 2M(머스크·MSC)와 선박을 교환·매입하는 내용의 1단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명칭은 '2M+H Strategic Cooperation'으로, 이는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내 선사들이 공유하는 협력방식과 유사하다.

머스크·MSC는 2M이라는 동맹을 그대로 둔 채 현대상선과는 2M이 공유하는 협력 내용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2M+H를 별도로 만든 셈이다. 2M+H 하에서는 머스크-MSC가 맺은 2단계 협약인 '선복공유(VSA, 서로의 배를 섞어 운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대상선은 2M+H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2019년까지 선대의 확장도 제한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제약조건에 대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화주들이 아직까지 머스크·MSC가 아닌 현대상선의 선박에 화물을 싣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VSA 체결여부는 이번 계약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2M은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에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를 재검점하고 VSA 체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으로 볼 수 있냐를 두고 시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상선·채권단은 이번 협력관계가 타선사에 대해 배타성을 갖고 미국연방해사위원회 신고(FMC Filing)이 가능하다며 명백히 '해운동맹(Alliance)'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타선사에 대한 배타성'은 현대상선, 머스크, MSC가 타선사와 선복매입·교환을 할 때 서로의 승인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선사들이 맺는 협력내용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배타성은 오히려 다른 선사와 제휴를 통해 항로를 운영해야 하는 현대상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연방해사위원회 신고 사항에 대해서도 동맹가입의 충분조건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있다.

'동맹'의 정의가 뚜렷하게 내려진 것이 아니다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새로이 형성된 글로벌 해운동맹들은 제각각 다른 내용의 동맹을 맺고 있고 계약기간도 상이하다. 현대상선이 과거 속해있던 G6의 경우 동맹 내 모든 선사가 정식회원으로서 서로 간에 동일한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해운동맹은 항공사 얼라이언스의 개념처럼 한 선사가 선복량이 부족할 때 다른 선사의 선박을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넓은 범위에서는 선복량뿐 아니라 터미널 등의 자산도 함께 공유한다. 화주들이 선사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 요소로, 실제 글로벌 선복량 상위 20위권 선사 가운데 이스라엘 짐(ZIM)라인과 싱가포르 PIL 등 두 곳을 제외하곤 모두 동맹에 가입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대상선의 회생 조건 중 하나로 2M 합류를 거론해왔으나 결국 정식 가입에는 1차 실패를 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3년 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써는 현대상선이 2M에 어떤 식으로라도 발을 걸치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