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줄고 금리 유지…생보사 상장, 내년 상반기 그나마 적기?
입력 2016.12.20 07:00|수정 2016.12.20 18:33
    내년 3월 IFRS17 기준서 확정…자본확충 및 투자 불확실성 감소
    “내년 상반기까지 우호적 금리 상황 지속…보험사 투자가치 상승”
    ING생명 상장·매각 병행…교보·동부생명도 잠재 IPO 추진 대상
    • 내년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생명보험사의 기업공개(IPO) 추진 동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으로 회복된 투자 기대감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일시적 현상이 겹칠 내년 상반기가 생보사 IPO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시기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 IFRS17을 2021년부터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보험부채를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곽은 이미 드러나 있지만 구체적 내용을 담은 기준서는 확정되지 않아 생명보험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점치기 쉽지 않다.

      보험업계에선 내년 3월 IFRS17 기준서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확정 후에도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등 국내 적용을 위한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대부분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보험 담당 연구원은 “생명보험사의 최대 관심사는 IFRS17 도입에 따라 얼마나 자본확충을 해야 하느냐”라며 “내년 기준서가 확정되면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옅어지기 때문에 생명보험사의 상장 추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지난달 미국 대선 이후 급상승한 국내 시장금리도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생명보험 업계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다. 자산운용 수익 개선 기대감에 생명보험사 주가도 올랐다. 기존 투자자산 평가손실은 올해 연말의 일회성 문제다. 올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되고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요인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미국과 기준금리가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선뜻 미국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경기부양을 위해 뒤늦게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도 어렵다. 기준금리가 제자리를 지킨다면 시장금리는 급등 이전으로의 회귀와 미국 금리 상승 기대감 가운데서 보합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저금리 상황이 예상되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업성의 근본적 개선이 이뤄진 것은 아님에도 단기적으로는 생명보험사의 투자 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성장성 없는 산업의 IPO는 쉽지 않다면서도 “금리가 유지되고 자본확충 부담도 줄어든다는 전제가 있다면 내년 상반기가 그나마 IPO를 추진해볼 만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IPO가 추진되거나 필요성이 거론되는 곳은 ING생명과 교보생명, 동부생명이다. 외국계나 금융지주계열, 매각 이슈가 있는 생명보험사의 상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장을 공식화한 ING생명에 이어 교보생명과 동부생명이 어느 시점에 상장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ING생명은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IPO 병행 카드를 꺼냈다. 패스트트랙으로 내년 2분기 중 상장할 예정이다. 자본확충보다 MBK파트너스의 투자회수 목적이기 때문에 구주만 매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상장 생명보험사 평균 수준의 가치만 인정 받아도 투자 원금 회수가 기대된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빅3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작고 RBC 비율도 가장 낮다. 자본확충 부담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대주주의 부담이나 지분 희석을 감안하면 증자는 선택하기 어렵고, 경영권 매각 가능성도 희박하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회수도 오랜 숙제다.

      아직 실행엔 옮기지 못했지만 IPO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외부에 의뢰한 자본확충 컨설팅 보고서는 다음달 중순 나온다. 최근 2대주주인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은 지분 일부를 해외 세컨더리 펀드 등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동부생명은 2010년 12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며 2013년까지 IPO를 약속했다. 2013년 상장예심청구서를 제출했으나 원하는 가치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철회했다. 당시 회사는 시장상황을 살펴 IPO를 재추진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자산 계정 재분류를 통해 RBC 비율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추가 자본확충 필요성과 모회사 동부화재의 지원가능성을 미리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