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자 선정 "심사위원 무작위 선출? 현대 1등?"
입력 2016.12.21 07:00|수정 2016.12.21 07:00
    [취재노트]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시내면세점 3차 입찰전이 막을 내렸다. 면세점 시장 복귀에 나섰던 SK네트웍스는 결국 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잃었지만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을 되찾게 됐다. 동시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각각 강남 반포와 무역센터점에 시내면세점을 개장하게 됐다.

      추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잡음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입찰 결과를 놓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심사위원단을 선정하는 과정부터가 불명확하고 신뢰가 크지 않았다. 지난해 심사위원단 명단을 비공개하며 홍역을 치른 관세청은 이번에도 최종 심사위원단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심사위원단 선출 과정을 지난해보다 한 단계 구체화했다. 최종 심사위원을 바로 선발하지 않고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의 정부 측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경제단체 등의 기관에서 1000명을 뽑은 후 이 중 11명을 무작위 전산시스템으로 추첨해 민관합동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관세청이 심사위원단 투명성 확보를 위해 택한 '1000명'에 달하는 심사위원단 풀(pool)은 시장이 의아해한 숫자다. 면세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기간은 3년이 채 안 된다. 전문가라 부를만한 관계자들의 수가 1000명까지 이르기엔 짧은 시간이다. 학계에서도 면세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연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면세업계 내에서 전문가라 부를만한 인사들은 사실상 업체 경영진들 정도"라며 "이권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1000명이나 뽑고 최종 심사위원들을 무작위로 선정하기로 결정한 점은 무책임한 행위나 다름없다"라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는지 심사결과표를 봐도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1·2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구체적인 점수표가 공개됐다. 전통 강호들이 최고점을 받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현대백화점이 1등을 했다. 현대백화점은 사업의 지속가능성, 보세화물관리 시스템·인력·시설의 적정성,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 정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2등을 한 롯데면세점을 앞질렀다. 면세점 운영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사업자가 30여년간 노하우를 쌓은 국내 1위의 롯데면세점보다 주요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심사에 정성적인 평가가 얼마나 개입됐는지는 모르지만) 현대백화점은 운영역량 측면에서 입증된 게 없는 반면 롯데는 이미 주요 명품브랜드들을 모두 유치한 데다 인프라를 갖춰놓았다"라며 "때문에 면세점 운영의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만큼은 롯데가 최고점(만점)을 받아도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많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도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입찰을 준비한 한 관계자는 "후보들도 심사위원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지 못했다"라며 "자신들이 받은 점수에 대해서도 업체들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의 신규 면세점이 모두 강남권에 몰려있는 점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다. 특히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문을 여는 코엑스 주변은 관광지가 아닌 오피스 지역이다. 이미 코엑스몰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 한 곳으로도 그 지역의 관광수요를 흡수하기에 충분하다 보는 시각이 있다.

      입찰결과를 놓고 또다시 잡음이 나오는 데에는 애초부처 면세업자들을 놓고 불필요하게 두 차례나 입찰을 진행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선 입찰전에서 제기된 의문점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예정대로 연말 입찰전을 치렀다.  선정 과정을 다시 놓고 보니 "관세청으로서는 누가 제대로 된 사업자로 뽑히느냐는 전혀 관심 없었다"는 평이 나올만했다. 그들은 '국정농단 게이트에 엮이지 않는 책임회피'가 유일한 목표였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