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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주식자본시장(ECM) 시장에서는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의 행보가 돋보였다. 대형사에 비해 주관 금액은 적었지만 수수료율은 대형사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이었다. 양보다 질을 선택한 전략이 효율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인베스트조선 2016년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ECM 부문에서 올해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기록한 증권사는 모두 중형 증권사였다. 입찰 건수는 많지 않지만 높은 수수료를 받으며 실속을 챙긴 것이다.
상위 1~3위를 차지한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은 올해 ECM 시장에서 3% 이상의 수수료율을 받았다. 올해 ECM 평균 수수료(모집주선 포함)가 1.5%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이 상당히 높은 비율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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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은 올해 ECM 딜 평균 수수료율 3.97%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8건의 기업공개(IPO)와 1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525억원의 인수 실적을 쌓았다. 올해 ECM 딜로 벌어들인 수수료는 60억원이다.
키움증권은 특히 IPO에서 큰 수익을 냈다. 키움증권이 주관한 8건의 IPO 평균 수수료율은 4.18%다. IPO 시장에서 주관사들이 받는 수수료율이 1~2%대인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 등 대기업 IPO에는 참여하지도 않았다. 중소기업과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계약을 맺었다.
나날이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IPO시장에서 중형 증권사가 4%대의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작부터 끝까지 상장을 위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해서다. 키움증권이 타깃으로 하는 중소기업은 대부분 상장 전 내부통제기간이 필요하다.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회계 부문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 모든 것을 주관사가 관리해 발행사의 의존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키움증권이 7월 상장주관한 바이오리더스가 대표적이다. 180억원을 공모했는데 수수료 10억원을 키움증권에 지급했다. 키움증권에 올해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지급한 회사이기도 하다. 수수료율로 따지면 5.67%로, 해외 기업 상장 수수료율과 맞먹는다. 바이오리더스처럼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하는 기업은 기술성심사부터 상장까지 주관사의 컨설팅 아래 진행된다. 한 기업에 투입한 비용과 시간만큼 주관사는 높은 가격의 수수료를 받도록 이끌어낼 수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상장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어 신뢰를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중소기업 위주의 영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에 이어 ECM부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수료율을 기록한 곳은 유진투자증권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수수료율은 3.1%를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IPO와 유상증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부문에서 고르게 활약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IPO시장에선 3건에 참여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 IPO에서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은 회사도 유진투자증권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하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국기업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유진투자증권에 무려 7%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572억원을 공모한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수수료로 40억원을 지급한 것이다. 주관사간 경쟁이 심화돼 해외기업 상장 수수료도 5%대를 받는 것도 어려운데 유진투자증권은 어떻게 이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았을까.
오가닉티코스메틱이 처음부터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앞서 NH투자증권과 주관 계약을 맺었던 회사는 의견차이로 유진투자증권을 주관사를 교체했다. 이후 유진투자증권의 주관 서비스에 만족한 회사는 상장 과정에서 인센티브 3억원을 추가 지급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오가닉티코스메틱 측이 주관 서비스에 높은 만족감을 표시해 후에 계약서상에도 없었던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질'로 승부했다는 의미다.
ELB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영업을 한 곳 역시 유진투자증권이다. 페이퍼코리아와 버추얼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트레이스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주관하고, 두산건설 BW 발행 당시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올해 누적 인수금액은 650억원에 그쳤지만 수수료율은 5%를 지급받았다.
공모시장에서 소화가 안된 물량을 인수하면서 받은 추가 수수료 덕분이다. 버추얼텍과 트레이스가 공모에서 흥행에 실패하면서 발행규모의 절반 이상을 유진투자증권이 인수해야 했다. 대신 최종 인수금액에 대해 10% 내외의 추가 인수수수료를 받아 타 증권사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냈다.
유상증권 부문의 경우 인수 10건, 모집주선 6건에 참여했지만 실적은 2000억원에 그쳐 7위에 그쳤다. 중소형사 유상증자가 대부분이라 인수 금액이 크지 않았다. 수수료율도 업계 평균인 2%대를 받았다.
그동안 ECM 리그테이블에서 찾기 힘들었던 유안타 증권의 이름이 수수요율 부문 상위권에 올랐다. 유안타 증권은 올해 4건의 IPO와 3건의 유상증자, 3건의 ELB 발행에 참여했다.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됐지만 '동양증권 사태'로 경쟁력을 잃어 최근까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유안타증권은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특히 ECM 시장에서는 두산건설과 한화건설의 ELB 발행과 코오롱생명과학, 한화투자증권의 유상증자등 대기업 자금조달 딜에 참여하며 트렉 레코드를 쌓았다.
IPO에서는 중국기업 골든센츄리를 성공적으로 상장시켜 '중국 전문 증권사'로서의 입지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수익도 좋았다. 270억원짜리 공모에서 수수료 15억원을 받았다. 수수료율로 치면 5.3% 수준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ECM 부문 인수 순위 20에 그쳤다. 그러나 2014년까지만 해도 ECM 부문에서 한 두건의 딜도 어렵게 따냈던 유안타증권이 올해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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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19일 09:00 게재]
입력 2016.12.22 09:55|수정 2016.12.22 09:55
유진,키움,유안타證 올해 수수료율 상위권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