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화두 생보업계, IPO 잠재후보는 교보·흥국·동부
입력 2016.12.26 07:00|수정 2016.12.26 07:00
    IFRS17 도입 후 자본확충 필요…증자·후순위채 외 IPO도 대안
    금융지주계·외국계·매각 회사 제외하면 일부만 IPO 가능할 듯
    FI 투자회수 필요한 교보, RBC비율 유지 흥국·동부 잠재후보
    • 자본확충을 꾀하는 생명보험사들은 상장(IPO)도 고려할 수 있지만 실행에 옮길만한 곳은 많지 않다. 금융지주가 모기업이거나 외국계, 매각 중인 회사들은 상장 의지나 필요성이 작다. 투자자에 대한 회수나 자본확충 부담이 있는 교보생명과 흥국생명, 동부생명 등이 잠재 상장 후보로 꼽힌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지난달 시행시기를 2021년으로 확정한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부채는 늘고 자본은 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일부 부채평가 시 보험사에도 선택권이 부여됐으나 상당한 규모의 자본확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와 업황 침체 장기화로 수년 내 자체 영업을 통한 자본확충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일부 보험사들은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는데, 지배구조에 큰 영향이 없다면 IPO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으로 생명보험 업황도 최악의 시기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삼성생명 외엔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상장 생명보험사 주가는 금리 추이와 발을 맞추고 있다. 당분간 이런 금리 수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고, 내년엔 IFRS17 기준서 확정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효과도 기대된다. 비상장사 대부분이 매출이나 수익성 등 상장을 위한 형식적 심사요건은 충족한다.

      실제 IPO에 나설만한 생명보험사는 손에 꼽힌다.

      국내서 영업 중인 25개 생보사 중 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4곳은 상장사다. ING생명은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본확충이 아닌 구주매출을 통한 MBK파트너스의 투자회수 목적이다.

      신한·KB·하나·농협생명 등은 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DGB생명보험도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주식교환 절차가 마무리 단계다. 이들 보험회사들은 증자 여력이 있는 든든한 모회사를 두고 있어 IPO 필요성이 거의 없다. 100% 자회사를 거느리며 그룹 경영의 효율성을 꾀해야 하는 금융지주사 취지와 맞지 않는다. IPO로 그룹 내 시너지 효과로 창출된 이익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도 달갑지 않다.

      외국계 생명보험사 역시 상장 의지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중소 업체들로 영향력이 크지 않고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상황도 아니다. 장기 전망을 감안하면 상장보다는 국내 사업 정리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네덜란드 ING그룹을 시작으로 올해 독일 알리안츠그룹, 영국 푸르덴셜그룹 등의 한국 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 중인 KDB생명과 기업은행의 100% 자회사인 IBK연금보험, 인터넷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도 IPO와는 거리가 있다. 대만 푸본생명을 2대주주로 모셔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라이프생명도 마찬가지다.

      남는 것은 교보생명과 흥국생명, 동부생명 정도다.

      교보생명은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삼성·한화생명 등 ‘빅 3’에 비해 자기자본이 부족하고,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하락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 지분 희석이나 자금 조달력, 다른 주주의 협조 가능성을 감안하면 증자는 쉽지 않다. 오랜 과제인 IPO를 추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도 지원해야 한다. 다음달 중순께 외부에 의뢰한 자본확충 컨설팅 보고서가 나온다.

      흥국생명은 당장 RBC(지급여력)비율 개선도 시급하다. 내년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자본확충 방향성을 드러냈지만, IPO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다.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 지분율 희석 부담도 크지 않다.

      동부생명도 교보생명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2011년 1200억원규모 10년 만기 전환우선주 발행 시 투자자들에 3년 후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상장을 철회하며 상황을 살펴 재추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분기 자산 계정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7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으나 사업성과 무관한 일회성 효과다. 동부화재가 동부생명 보통주 지분 99.83%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장부가는 3114억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이나 외국계, M&A 중인 곳을 제외하면 상장에 나설만한 생명보험사는 교보생명 등 일부에 그친다”며 “이들은 상장사에 대한 시장 평가와 업황 전망, 경영권 유지 여부 등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상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