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차기 행장 경쟁 돌입, 이광구 행장 연임 막을 대항마는?
입력 2016.12.28 07:00|수정 2016.12.29 10:29
    현직 프리미엄에 민영화까지 업은 이광구 행장 연임 유력설
    이동건 그룹장 첫 손…유임 가능성 작아 행장 경쟁 참여 불가피
    우리금융 때부터 민영화 이끈 김승규 전 부사장도 잠재 후보군
    • 우리은행의 새 사외이사진이 구성되면 차기 행장 선임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프리미엄과 민영화 성사 공로가 있는 이광구 행장이 가장 앞선 가운데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과 김승규 전 부사장 등도 자천타천 경쟁 구도를 형성할만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30일 우리은행 임시주주총회에서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이 공식 선임된다. 이사회는 곧바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장 선임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구 행장 임기는 올해까지지만 차기 행장 선임까지 잠시 연장된 상태다. 내년 3월엔 임원 임기 만기도 대거 돌아오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성이 있다. 과점주주와 사외이사들은 다음달 중엔 추천자 윤곽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행장을 노리는 잠재후보들의 셈법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에 가장 무게가 실린다.

      임기 동안 민영화를 성사시켰고, 부실 부담도 덜어냈다.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성과도 냈다. 통상보다 1년 짧은 2년의 임기만 받았던 점도 고려할 요소다.

      무엇보다 ‘현직’이라는 이점이 크다. 민영화 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과점주주에도 부담이 될 만 하다. 행장 연임 시 전략적 연속성을 꾀할 수 있다. 은행 조직이 은근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광구 행장의 대항마로는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이 첫 손에 꼽힌다. 은행 사정에 밝고 실적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일은행 출신으로 이순우-이광구 행장으로 이어진 상업은행 라인을 끊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은행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동건 그룹장은 자천타천으로 자연스레 후보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후보로 지명된다면 차기 행장 도전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그룹장은 이달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내년 3월까지 그룹장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행장이 남든 새 행장이 오든 연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석부행장급 인사가 퇴임 후 계열사 사장으로 간 선례를 찾기 어렵고, 갈 만한 계열사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은행장 외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이광구 행장과의 관계는 미묘하다. 이동건 그룹장은 이순우 행장 시절 2인자인 수석부행장이었고, 이광구 행장은 집행부행장이었지만 현재 위치는 바뀌었다. 이 행장은 1년 전 수석부행장 제도를 폐지하고 3명의 그룹장 체제로 바꿨다. 업무 효율성 제고 목적이었지만 이 그룹장에 대한 견제 성격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한일은행 출신 김승규 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도 잠재후보다.

      김승규 전 부사장은 우리금융지주 시절부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등 민영화를 총괄해 왔다. 지주와 은행 합병 후엔 ‘은행 내 부사장’이라는 모호한 위치에서도 이광구 행장을 도와 민영화를 뒷받침했다. 지난 3월 퇴임한 후에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고문으로 잠시 재직하며 힘을 보탰다.

      2년 전엔 최종 행장 후보 3인 중 하나로 이광구 행장과 경쟁한 바 있다. 당시엔 이광구 행장 내정설이 파다했던 터라 비전을 제시할 기회가 주어졌다는데 의의를 두었지만, 이번엔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규 전 부사장과 가까운 관계자는 “김 전 부사장이 우리은행 발전에 기여할 몫이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마음을 정하진 않았지만 다음달 차기 행장 선임 작업이 속도를 내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 잠재후보로는 임기 만료를 앞둔 남기명 국내그룹장, 지난번 최종후보였던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과 후보군이었던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과점주주 한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 구성 전이고 민감한 이슈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현 행장과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 그 외 후보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