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월드타워점 탈환 후 IPO 채비...해외 M&A로 '스토리' 만들기
입력 2016.12.30 07:00|수정 2017.01.03 07:33
    월드타워점 사업권 탈환 후 IPO 기대감 불씨 살려
    경쟁과열된 시내면세점 사업, 기업가치 향상 도움 의구심
    해외시장 확대해 중장기 경쟁력 강화할 복안
    • 호텔롯데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탈환으로 기업공개(IPO)의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면세점 특혜 의혹을 둘러싼 특검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이의 향방을 주시하며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그림을 조심스레 그려나가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해외시장을 공략포인트로 삼아 호텔롯데의 경쟁력 향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 먹거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시장 강화와 이를 위한 인수합병(M&A)로 IPO용 '스토리'를 만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힘겹게 되찾은 월드타워점으로 중장기 경쟁력 강화 나서

      호텔롯데 상장작업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마무리로 재개의 신호탄을 알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롯데그룹이 면세점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상장작업은 또다시 진전되지 못했다. 이후 3차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은 다행히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되찾았다. 월드타워점 탈환은 특검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상장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단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대가성이 있다고 입증될 경우 월드타워점 사업권은 자동취소된다.

      호텔롯데는 월드타워점 운영 재개를 발판으로 중장기 경쟁력 강화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 재개가 예상되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작업이다. 강화안의 핵심은 해외시장 공략이다. 해외면세점 브랜드를 인수를 통해 제품 매입력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그룹차원의 해외 경쟁력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호텔롯데는 상장작업 중단 이전에도 미국 2위 면세점 사업자인 1조원 규모의 듀티프리아메리카 인수를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M&A 의지를 보여왔다. 검토 중인 수많은 브랜드 가운데 현재는 호주지역 면세점 브랜드 인수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만으론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있어서다.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면세점 입찰 전후로 시내면세점 시장은 한층 더 가열됐고 투자자들의 시각도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올해 국내 시내면세점 매출규모는 2015년보다 130% 증가한 1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만 2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신규사업자들이 초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진철수를 시작하면 롯데면세점이 흡수하는 관광객 수요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장동력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국내선 유통 공룡들이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에 뛰어들며 롯데를 바짝 추격 중이다. 이르면 향후 5년 내 국내 시장이 성숙기 단계에 도래했을 때 롯데가 현재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선 안전장치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신라면세점만이 해외 기내면세점 브랜드를 보유 중"이라며 "해외브랜드가 없는 롯데가 상장 시점 전후로 일본·태국 등에 시내면세점을 열고 동시에 해외면세점 인수를 시도하며 중장기 경쟁력 강화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해외면세점 인수로 제품의 매입력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주로 공항에 위치한 해외면세점들의 사정은 적자인 인천공항 면세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M&A를 통한 수익성 제고보단 제품 매입력 향상에 힘이 실리는 큰 배경이다.

      ◇ 내부자금·외부차입으로 해외시장 공략자금 조달할 듯

      해외시장 확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상장자금 일부와 보유현금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현재로는 상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의 상당부분이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각종 회계·경영투명성 이슈 발생으로 처음 호텔롯데 상장이 거론됐던 시점보다 지배구조 개편을 매듭지어야 할 당위성이 커진 탓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이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되돌려주고, 정부 측도 롯데가 이번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로 인한 잡음을 끊을 수 있게끔 신호를 보내온 만큼 지배구조 정리작업이 최우선 순위일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 역시 상장자금 사용처에 주목할 전망이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회계투명성 이슈,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소환, 면세점 특혜를 둘러싼 특검 조사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상장자금이 예상치 못한 곳에 쓰인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과정이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그룹차원에서 호텔롯데 상장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면세점 브랜드 인수를 바탕으로 '롯데'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킬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브랜드를 시작으로 명품, 호텔 브랜드 인수를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호텔업의 경우 이를 통해 '롯데'라는 브랜드 깃발을 해외에 꽂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