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묘수’ 찾지만…꼬여만 가는 ‘실타래’
입력 2017.01.02 07:00|수정 2017.01.02 07:00
    감사부문 분리 등 방안마련 고심
    인력이탈 등 내부동요
    회계업계, 빅4 체제 깨질라 우려
    •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결국 법인기소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금융감독원도 징계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선 빅4체제가 무너질까 우려 섞인 시선으로 사태의 진행사항을 살피고 있다.

      함종호 딜로이트안진 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전직원들에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며, 글로벌과의 신뢰관계도 지속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했다. 29일에는 대표 및 파트너들이 글로벌 딜로이트와 화상 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감사-세무부문과 경영자문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에도 착수했다. 감사역량 강화를 위해 독립성 강화에 나선다는 포석이다. 감사부문(세무부문 포함)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사실상 회사를 둘로 쪼개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사태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법인까지 기소됐다. 금융감독원도 내년 초에는 징계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내부 동요다. 직장인 전용 SNS인 ‘블라인드’에는 이직에 대한 고민 글 등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시즌이라 손이 모자라지만 인력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회계법인 특성상 이직이 잦지만 올해엔 유독 퇴사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이렇다 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딜로이트안진이 선제적으로 감사부문 분리 방안을 감독당국에 내놨지만, 분리 후에도 감사-세무 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선 딜로이트와 안진의 결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감사부문이 입게 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딜로이트와 안진의 파트너쉽이 깨질 경우 딜로이트가 새로운 회계법인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 회계업계 특성상 빅4 이외의 업체와는 손을 잡기 힘들어 안진의 기존 회계사들과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방안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선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빅4라는 안정적인 체제가 무너질 경우 과당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감사수수료 등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마당에 업체간 ‘출혈경쟁’마저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 이 사안이 회계법인의 신뢰성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업계 전체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파트너는 “딜로이트안진의 감사 물량이 일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신뢰성·경쟁강도 강화 등 회계업계가 입게 될 타격이 커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앞으로 있을 법적절차와 징계와 관련해 위법성이 없었음을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검찰의 법인기소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믿고 있다”라며 “대우조선해양 감사업무에 있어 안진회계법인은 어떠한 위법 사실도 없었음을 확신하며, 이점을 지속적으로 소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