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도 방향성도 '캄캄'"…KT에서 SKT로 옮겨가는 투자자들
입력 2017.01.02 07:00|수정 2017.01.03 07:31
    '정부 게이트' 연루되며 황창규 회장 연임 불확실성 가시화
    본질적인 우려 '미래 방향성 부재' 꼽아
    시장 "특단의 조치 내려야 할 때" 불만 표출하기도
    • 투자자들이 KT를 외면하고 있다. 실적 반등에 성공하는 등 한해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에도, 기업가치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정치권 '게이트'에 고스란히 흔들린 지배구조와 미래 전략 제시에 손을 놓고 있는 경영진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의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때"라는 쓴 소리도 나온다. KT의 주식을 매도하고 그 자리를 경쟁사 SKT 주식으로 채우는 등 가시적인 투심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이후 한 달간 기관투자자들의 수급 현황은 'KT를 팔고 SK텔레콤(SKT)를 샀다'로 요약된다. 특히 KT의 정부 리스크가 본격화된 이후, 통신업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기관들의 투심 변화는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KT의 주가도 2만원대 후반~3만원 초반 수준에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 KT 경영진들이 애널리스트 간담회도 열고, 배당을 조기에 언급하는 등 주가에 관심을 가졌고 올해 실적도 좋았기 때문에 기관 수급이 따라줬으면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외국인 한도(49%)가 소진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설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워 수급 불리함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KT를 외면하는 이유로 황창규 현 KT회장의 연임을 둔 '경영진 리스크'가 꼽힌다. 최근 정부 게이트의 연루된 인사를 낙하산 인사로 채용하고, 연관된 광고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가 황창규 회장의 연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그간 KT가 CEO 교체 시기마다 전임 경영진의 자산을 지우는 ‘빅배스’를 단행하며 일회성비용 반영을 크게 늘려왔던 점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우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이번 최순실 사태의 심각성은 KT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점을 의미한다”라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투명한 CEO 추천 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할 것이고,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 중립적인 감사 시스템 등의 구축이 선제 돼야 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의 답답함을 대변하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KT의 '미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시각도 나온다. 통신 3사들이 공통적으로 수익성과 신사업 발굴 사이에서 결단을 내릴 시기지만, 여전히 KT가 기본적인 지배구조 투명성도 갖추지 못해 의사결정 ‘마비’에 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SK그룹이 최근 인사를 통해 최태원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정호 현 SK(주) 사장을 SKT 사장으로 이동시키며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확대’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인 점과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 산업 특성상 CEO의 결단이 미치는 영향이 큰 데, 당장 KT는 내년 계획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SKT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에서도 커지면서 대안도 확실한 상황이다 보니 굳이 투자자 입장에선 KT를 들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통신업 애널리스트도 “물론 SKT도 플랫폼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SK플래닛의 적자 축소와 해외 투자 유치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본업에서 당장 최근 2년 동안의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라며 “KT 입장에선 내심 규제가 더 유지돼 SKT와 LG유플러스의 M&A 확장이 무산되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