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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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삼성증권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밀려 새로운 보험회계기준에 따른 대비는 경쟁사보다 늦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번 4분기 중 삼성증권의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9월 말 기준 11%에 불과했던 삼성증권 지분율은 현재 기준 30%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들인 돈만 5200억원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0월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의 지분 8%를 2340억원에 사왔다. 이달에는 삼성증권이 보유한 자사주 11%를 290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내년 초에 진행되는 삼성증권의 유상증자까지 참여할 경우 투자금액은 6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달 삼성증권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모규모는 3500억원이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신주를 받지 않을 경우 지분율이 희석돼 26%까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생명이 받을 수 있는 신주는 최대 309만주로 850억원 규모다.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구주주는 신주 1주당 0.2주를 더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최대 170억원규모의 신주를 더 받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최대 1000억원을 삼성증권 유상증자에 쏟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이 삼성증권에만 6000억원을 들인 것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사실상 삼성생명은 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거느리는 형태를 완성해 가고 있다. 이러한 삼성생명의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만 공고히 할 뿐 삼성생명의 경쟁력에 큰 변화를 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연결회사로 인식해 수익 부분이 다변화될 수 있지만, 그 전까진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2조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는 리스크요인도 있다.
지배구조에 집중하느라 당면한 문제를 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삼성생명의 3분기 말 기준 RBC 비율은 388%으로 동종 업계에서도 재무건전성이 가장 높지만,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150%대로 떨어질 수 있다. 경쟁사 한화생명도 이달 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 적극적인 자본 확충에 나선 상황이다. 교보생명도 비상대응 체제로 들어갔다.
국내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의 연말 기준 RBC비율이 311%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3분기와 비교했을 때 주요 손보사 중 RBC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금리 민감도도 손보사 중 가장 높다. 금리가 10bp상승시 삼성생명의 RBC비율은 7%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최근 나왔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업계 대비 RBC 비율이 높은 편이라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본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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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0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