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발행 낙관만은 어려워…자사주 매각 가능성도
연초 채권 상당부분 '만기보유증권' 계정 분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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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보험이 자본확충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고, 투자 포트폴리오도 눈에 띄게 조정했다. 대형사 중 가장 적극적이란 말이 나온다.
다만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시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본확충이 쉽지만은 않을 거란 지적이다. 대규모 자사주와 2대주주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역시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의 지난 9월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290%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권고기준(150%)를 웃돌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감소와 새 회계정책 도입으로 인해 연말 기준 RBC비율은 200%대 초중반으로 뚝 떨어질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생명이 지난달 초 밝힌 5000억원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계획은 이런 절박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일반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사례는 아직 없다. 지난 2014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미화(2억달러)로 발행한 게 유일하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와 달리 손익에 영향이 없고 인정 비율이 시간에 따라 떨어지지도 않는다. 자기자본의 25%까지는 전액 기본자본으로도 인정받는다.
이렇게 유리한 조건인데도 그간 보험사의 발행이 없었던 것은 발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조기상환 제외시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주식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투자자풀(pool)이 매우 좁다. 투자자들의 요구 금리 수준도 높다. 당장 한화생명이 검토 중인 5000억원이 시장에서 다 소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 담당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발행 계획을 미리 밝힌 건 '안심해달라',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투자자를 찾고 발행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앞서 자사주 처분 계획부터 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화생명의 자사주 비중은 13.5%로, 시가 환산 규모는 7600억여원에 달한다. 자사주는 자본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이미 한화생명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사주를 처분하기까지 갈길은 멀다. 당장 2대 주주 예금보험공사(지분율 15.25%)가 반발할 공산이 크다. 예보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한화생명 지분 처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규모 자사주 매물까지 더해지게 되는 까닭이다. 이는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손실도 우려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예보로부터 지분 7.5%를 사들였다. 당시 매매가는 주당 8000원이었다. 지난해 초 장내에서 매입한 자사주 3%의 평균 주당 단가도 8160원이다. 현재 한화생명 주가는 6000원대 중반이다. 팔수록 손해나는 장사가 된다.
한화생명 역시 현 시점에서는 공식적으로 "자사주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내년 IFRS17 기준서가 확정된 뒤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가 정해지면 한화생명이 자사주 매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투자 중인 유가증권의 회계계정 변경도 한화생명의 재무구조에 중요한 변수다. 지난 9월말 기준 58조원의 자산이 모두 매도가능증권 계정이다. 이 계정의 자산은 시가로 평가한다. 금리 하락기엔 대규모 평가이익을 볼 수 있지만, 상승기엔 손실로 곧장 이어진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4년말 16조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전량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이 결정으로 60%포인트 넘는 RBC비율 이득을 봤다. 계정을 변경한 자산은 2회계연도 뒤 한 차례에 한해 다시 재분류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내년 초 다시 계정 재분류 기회가 돌아온다.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꾸준히 상승 중이기 때문에 한화생명은 내년 초 보유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시가평가하지 않는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징후가 발견됐다. 지난 3분기 한화생명은 최근 2년새 처음으로 매도가능증권 계정의 채권 투자규모를 줄였다. 6월말 기준 39조9000억원에 달했던 채권이 3개월만에 1조5000억원 줄어들었다.
금리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는 채권 투자를 줄이며 계정 재분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 역시 재분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내년 금리 전망과 예상 실적 등을 고려해 10조~15조원 안팎의 채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옮길 것으로 추정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대형사중엔 자본확충 움직임이 제일 활발한 게 사실"이라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성공한다면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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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0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