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 등급하향 논리 두고 맞붙은 한신평 vs 이랜드
입력 2017.01.04 07:00|수정 2017.01.06 09:21
    중국 패션법인 매출·자구계획 효과 체감차이
    법적 대응 검토 중인 이랜드월드
    신평업계 "이례적 사례…법적 절차 진행 가능성 낮아"
    •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둘러싸고 한국신용평가와 이랜드그룹 간의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핵심사업부인 중국 패션법인과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속도를 놓고 양측이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랜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랜드월드의 중국 실적이 회복세를 타지 못했다는 한신평 주장에 대해 이랜드 측은 지난해 막바지를 기준으로 실적이 반등했다고 맞서고 있다. 자구계획 진행을 두고도 이랜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신평은 속도가 느리고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 중국 패션법인 실적 "오른다 vs 아직 모르겠다"

      한신평은 지난달 수시평가를 통해 이랜드월드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각각 한 단계씩 떨어뜨렸다.

      한신평의 주요 평가요소이자 이랜드와 이견을 보인 부분은 이랜드월드 수익성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중국 패션법인 3사(의념법인, 의련법인, 위시법인)의 매출이다.

      한신평은 중국 패션시장 수익성이 꺾인 2015년 말부터 이랜드 측에 중국 쪽 수익성이 회복해야만 등급 유지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서 이랜드월드의 중국법인 3사 실적은 2015년 대비 가파르게 감소했다. 이후 해당 실적이 작년 9월말까지 반등하지 못하면서 등급 하향에 주요 영향을 끼쳤다.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패션업계 수익성은 분기가 아닌 연간 기준 실적이 중요하다.

    • 이랜드월드는 작년 10~11월 매출만큼은 달랐다고 주장한다. 이 기간 있었던 광군제(11월) 매출 덕에 중국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랜드월드는 "한신평이 이 기간 동안의 실적 상승은 배제한 채 지난해 3분기 실적까지만 반영한 점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군제 효과로 중국 실적이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신평 역시 온라인 매출이자 일회성 성격이 큰 광군제 실적을 매장(오프라인) 매출 회복세로 직결시키지 않았다. 작년 10~11월 실적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의 감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회사가 제시한 해당 수치는 올 3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중국 유통시장이 급변기에 있다는 점을 두고도 한신평과 이랜드의 의견은 엇갈린다. 현재 중국은 10년전 한국 시장처럼 주요 유통채널이 고급 백화점에서 도심형 아울렛·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이랜드월드 측은 "이랜드 브랜드들이 중국 도심형 아울렛 등에 새로이 입점 중"이라며 "새 유통채널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자구계획 놓고도 '공방' 이어져

      이랜드그룹의 자구계획 진행속도를 놓고도 양측은 달리 해석한다. 한신평은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장에 강한 신뢰를 줄 만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랜드는 킴스클럽 매각을 막바지 단계에서 철회했고 부동산 매각은 지난해 유입금액이 목표치에 못 미치는 2000억원 초반대에 그쳤다. 티니위니 매각대금은 중국 당국 내 절차상 지연으로 목표했던 지난해를 넘기고 올 1월에서야 유입될 예정이다.

      이랜드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인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는 지난해 연말에서야 예심청구 계획을 신청했다. 이랜드리테일은 2014년 3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이듬해인 2015년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상장 예심심사청구를 서둘렀다면 이랜드리테일 IPO에 속도가 붙었을 것"이라며 "예심청구 계획을 밝힌 것 외에는 별달리 진척된 사항들이 없다"고 밝혔다.

      이랜드는 "10~12월 자금유입분이 등급평가에 반영이 되지 않은채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이랜드리테일 IPO에 대해 성공여부를 예측한 점은 회사 입장에선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신평업계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 낮아"

      한신평이 평가한 이랜드월드의 등급은 국내 신용평가 3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제시한 'BBB(부정적)'에 한 노치 낮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신평사가 중국쪽 수익성이나 자산매각 속도를 얼마나 보수적으로 보느냐의 차이에서 기인한 등급 스플릿 현상"라며 "중국 쪽 수익성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랜드월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당장 지난해 상반기 투자자와 약속했던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유동화 채권이나 시중은행 대출 심사에도 이번 등급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랜드월드가 구체적인 법적대응 내용을 수립하지 않은 가운데 이번 분쟁이 법적인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신평업계는 보고 있다.

      신평사들은 통상 조정된 신용등급을 공표하기 전에 발행사(이슈어)에 통보한다. 한 신평업계 관계자는 "(신평사마다 구체적인 절차는 다르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해당 등급을 컨펌해야만 최종 공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등급 평가 중에도 발행사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는 동시에 발행사에 반대논리를 제시할 기회를 준다. 이번 건의 경우 이랜드가 제공한 자료가 한신평이 보수적 시각을 바꿀 만한 수준에는 못 미쳤던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평가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발행사가 평가논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은 중요한 평가 절차 중 하나"라며 "회사가 등급 공표 이후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거나 논의 과정을 더 충분히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