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없는 삼성전자는 어떨까
입력 2017.01.05 07:00|수정 2017.01.09 10:47
    "공백 메울 CEO와 조직이 없다"
    책임론만 무성…하마평 조차 없는 삼성전자 임원인사
    견제 조직 및 인사가 없다는 한계도
    • SK그룹은 2013년 2월 최태원 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최재원 부회장까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시장에선 오너 일가의 부재로 경영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경영공백은 크지 않았다.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SK그룹 원로 경영인과 계열사 CEO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SUPEX)가 제 역할을 하면서 오너의 빈자리를 메웠다.

      만약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삼성전자는 어떻게 움직일까.

      삼성전자는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체제가 구축됐다. 초대형 M&A를 비롯해 회사의 크고 작은 미래전략과 구상이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에 달려있다 할 정도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커졌다. 사실상 전무했던 삼성전자의 M&A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뛰어든 2년6개월여간 20여건이 진행됐고, 사상 최대 규모의 하만(Harman International) 인수 또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 또한 향후 이 부회장의 치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 와중에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와 '최순실게이트' 등으로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현재 검찰수사가 삼성그룹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의 부재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삼성전자에선 그의 뒤를 받쳐 줄 전문 CEO와 조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우 오너에 대한 경영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탓에 이 부회장의 부재 시 역할을 대신할 인물도, 조직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전자가 당장 1~2년 내에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미래 먹거리와 동력을 발굴해 이끌어 나갈 인사와 조직이 없다는 것은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실상 미래전략실이 해체수순을 밟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삼성전자의 CEO조직은 여전히 이건희 회장의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최태원 회장이 수펙스의장에 조대식 SK㈜ 사장을 선임하는 등 주요 계열사 수장에 제사람 앉히기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로운 키잡이 역할을 할 경영인은 불투명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요 임원진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 Device Solution),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부문; Consumer Electronics),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부문; IT&Mobile) 등 전문경영인을 비롯해 19명의 사장과, 53명의 부사장으로 구성돼 있다. 최고경영진 대부분은 내부출신 인사다. 외부출신 유력인사로는 구글 부사장 출신의 데이비드 은 GIC(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 사장과 인텔코리아, 오크테크놀러지 사장을 지낸 손영권 SSIC(삼성전략혁신센터) 사장 정도다.

      내부출신 인사에 대한 하마평은 전무하다. 대신 검찰수사와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대해 책임을 지게 될 인사들에 대한 얘기만 무성하다. 특히 갤럭시노트7 폭발이후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노태문 무선개발 2실장(부사장)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연말로 계획돼 있던 사장단 및 임원 정기 인사는 검찰수사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로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8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까진 이렇다 할 인사의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에선 현직 임원진의 일부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를 채워 줄 마땅한 내부인사, 전문 CEO의 자리에 오를 인물 또한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그간 특별한 성과를 내거나 탁월한 기술력을 갖춰 CEO 자리에 오를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없다면 하만 수준의 M&A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처럼 절대적인 존재감은 동전의 뒷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잘못된 판단을 했을 경우 이를 견제할만한 내부 인사, 또는 조직은 사실상 없다. '사장단이 매주 열리는 회의 보고자료 준비에만 급급한 나머지 경영전반을 챙길 여력이 없을 정도'라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경영전반에 대한 직언(直言)을 할 수 있는 사장단이 과연 몇이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다른 한 관계자는 "오너를 배제하고 대규모 투자와 엘리엇사태와 같은 경영권 방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만한 조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너의 부재 시 경영공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단 오너가 없는 상황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경영에 대한 견제와 제어하는 역할을 할 조직이 없는 점 또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존재감은 삼성전자의 강점이면서 약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