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엔 직접공모…이젠 실권주 발생시 제3자배정 안돼
"소정의 수수료 지급하고 실권 변수 없애려는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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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3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인수단에 15bp(0.15%)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제도 변화에 따라 직접공모가 어려워지며 사실상 소액의 '보혐료'를 걸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9일 인수단과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비롯한 6곳의 증권사가 3544억원규모 거래를 맡아 최종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자기 계산으로 떠안는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잔액인수 유상증자의 경우 1% 안팎의 인수수수료를 지급한다. 인수단이 실권 위험을 떠안는 것에 대한 대가다. 지난해 국내 공모 유상증자 평균 수수료율은 0.97%였다. 이번 삼성증권과 공모 규모가 비슷한 ㈜한화는 1.5%, BNK금융지주는 0.55%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공기업 거래를 제외한 사기업 공모 증자에서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깝다. 실권이 나도 부담이 크지 않은 회사채 인수 수수료(0.2~0.3%) 보다도 낮다. 대표주관사 두 곳에 대표주관수수료를 추가로 얹어주지만, 이 역시 5bp(0.05%)에 불과하다. 인수단에 지급하는 총 수수료는 0.2%, 7억원 수준이다.
물론 수수료율이 낮은 덴 이유가 있다. 삼성증권은 자체적으로 거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실제로 이번 증자의 주관사 선정은 발행 공시 이후에 이뤄졌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증자를 결정한 뒤에야 증권사 6곳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미 증자 일정, 구조, 할인율(15%) 등 증자에 필요한 전략적인 부분의 확정이 끝난 상태였다. RFP를 받은 증권사들은 요식적으로 제안서를 냈고, 모두 인수단으로 선정이 됐다.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증권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지분율 유지를 위해 배정 물량의 최대 20%까지 가능한 초과청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700억원 규모의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역시 내부적으로 소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인수단이 실제로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는 공모 규모 3500억여원 중 20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증권이 내세운 수수료는 사실상 보험료라는 분석이 나온다. 7억원의 비교적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증자 규모를 확정지었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의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1년에도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자격을 갖추기 위해 4080억원을 증자했다. 당시엔 인수단 없이 직접공모를 택했다.
당시 구주주 청약률은 96%에 그쳤다. 150억원의 실권주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삼성화재가 가져갔다. 목표했던 4080억원 전액이 발행되지 않으면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규정이 바뀌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칫 구주주 및 일반 청약 결과 실권주가 발생하면 자기자본 4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올해 증자에선 인수단을 선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격이나 일정 등 전략 부문에서 주관사가 기여할 부분이 거의 없는 거래"라며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실권주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공모 및 인수단 잔액인수라는 절차를 넣고, 소정의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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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05일 14: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