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차기 행장 선정, 현직 임원 참여는 저조할 듯
입력 2017.01.11 07:00|수정 2017.01.11 09:36
    실적 개선, 민영화에 은행 조직까지…이광구 행장 우세
    현직 임원, 승산 낮은 경쟁 부담…연임 후 공생이 유리
    이동건 그룹장 및 부담 덜한 올드보이 대항마 나설 듯
    • 우리은행 차기 행장에 출사표를 낼 현직 임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행장과 승산 낮은 경쟁을 펼치기 보다는 연임 체제에서의 공조가 안정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 행장과 한 배를 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동건 현 영업지원그룹장이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가운데 잃을 것이 없는 전직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11일 정오까지 차기 행장 지원서류를 접수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년 내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에 지원 자격을 줬다. 자격자만 수 십 명에 달한다. 민영화 후 첫 행장 선임인 만큼 최대한 많은 후보를 살피면서도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조치란 평가다. 신임 행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시작 전부터 내정설이 돌곤 했던 예전관 분위기가 다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이광구 행장이라는 강력한 주자가 있어서다.

      이광구 행장 임기 중 부실채권 감소와 자산 확대,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고 무엇보다 숙원인 민영화가 성사됐다. 임추위는 ‘재직 당시 업적’을 평가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최근의 주요 치적은 수장인 이광구 행장에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광구 행장은 2015년말 수석부행장 대신 3명의 그룹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후 IR 및 홍보를 총괄할 대외협력단을 신설했고, 민영화 지원 등 업무는 경영기획단으로 통합했다. 두 조직 모두 행장 직보 체계다. 이광구 행장의 '호위대' 성격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경영기획단에선 이사회 지원 업무도 담당한다. 공정성을 기하겠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보 접근이나 친밀도 면에서 앞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임원들이 이광구 행장의 대항마를 자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굳이 나섰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행장 선임권을 쥐는 이광구 행장과 척을 져야 한다. 현직 임원으로선 이광구 행장의 연임과 그 후의 공생 가능성에 기대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력 후보로 꼽혀 온 남기명 국내그룹장과 손태승 글로벌그룹장의 경우 은행장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화영 중국법인장 역시 우리은행 내부에선 무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그룹장 아래 부행장급 인사들은 대체로 2014년 이후 부행장에 올랐다. 아직은 차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다만 현직 임원중에서도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은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직 임원 중 가장 먼저 부행장에 올랐고 임기도 연장돼 왔다. 또 한번 임기 연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이광구 행장이 연임한다면 한 때 직급이 더 높았던 이동건 그룹장을 새 친정 체제의 일원으로 끼워주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행장 당선이 가장 좋은 수다.

      이동건 그룹장은 전임 행장 때부터 수석부행장으로서 은행 살림 전반을 꾸려왔기 때문에 내부 사정에 밝다. 영업지원그룹을 맡은 후엔 은행이 주력한 ‘위비(Wibee)’ 관련 사업을 총괄했다. 임추위가 상업은행 출신 행장 연임을 고려해 한일은행 출신을 배려할지도 관심사다. 한일은행 출신 이 그룹장은 상업은행 출신 직원들의 신망도 높다는 평가다.

      올드보이들은 별다른 조력자는 없지만 행장 지원 부담은 현직에 비해 덜하다. 오히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전망이다. 행장 승계 프로그램이 안정화하면 '5년' 혹은 '전직 임원'이라는 광범위한 기회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선임되지 않더라도 밑질 것이 없다.

      지난 행장 선임 당시 최종후보였던 김승규 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과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이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 과점주주는 ‘물이 거꾸로 흐르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평가에 따라 예상 외 결과가 날 수도 있다.

      후보군인 전직 임원들 역시 재직 때 기여도가 높다. 그러나 이광구 행장과의 공로 경쟁보다는 은행장이 된 후 경영계획과 미래비전을 밝히는데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지난 4일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행장 선정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불협화음 최소화 ▲조속한 후보 확정 ▲채널 갈등 해소 ▲외풍 차단 등 몇 가지 고려 사항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