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네트웍스는 10년간 어떻게 무너졌나
입력 2017.01.12 07:00|수정 2017.01.13 00:35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모회사 E1의 통제권한은? 업계 '의문'
    E1으로 옮겨가는 신용도 하락 불씨
    • 지난 2007년 LS그룹의 에너지 기업 E1은 총 8551억원을 들여 당시 법정관리 절차에 빠진 국제상사(현 LS 네트웍스)를 인수했다. LPG 가스 공급업에 치중된 기존 사업 구조에서 소비재로의 확장을 꾀한 전략적 행보였다.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당시 국제상사가 보유한 부동산과 건물 가치보다도 싼 가격에 LS그룹이 인수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약 10여년이 흐른 지금. LS네트웍스는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프로스펙스 이외 패션 브랜드 철수 및 매각 ▲글로벌 상사 사업 축소 ▲인력 구조조정 및 비주력 자산 매각이 포함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5년 68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후,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사업에 대한 조치였다.

      이제는 안정적 회사의 대명사로 꼽혀왔던 모회사 E1(LS네트웍스 지분 82% 보유)의 신용도마저 위협하고 있다. 결국 10년의 풍파를 겪은 후 다시 건물(LS용산타워)만 남았다는 시장의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LS네트웍스 투자 주도해온 구자열 LS회장…소외된 모회사 E1

      LS네트웍스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무리한 사업 확장’을 근본 원인으로 입을 모은다. 그간 LS네트웍스의 사업 확장 중심 과정에서 구자용 E1 회장을 비롯한 모회사의 통제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2007년 LS그룹으로의 편입 이후, ‘프로스펙스’로 패션 사업을 영위해오던 LS네트웍스가 첫 진출한 분야는 ‘증권업’이었다. LS네트웍스는 2008년 사모펀드(PEF) 글로벌앤에이(G&A)어소시에이츠에 재무적 투자자(FI)로 30.2%를 출자해 간접적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당시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했다.

      구자열 당시 LS전선 회장의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맥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LG투자증권에서 근무하며 증권업 경험을 쌓았다. 인수 이후 부임한 남삼현 사장 등 사내이사 및 경영진 대부분이 구자열 회장이 LG투자증권 근무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구 회장의 근무 시절 LG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오호수 전 사장도 이사진으로 합류하면서 사실상 증권업 진출을 구자열 회장이 주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증권업황 악화로 기대만큼 성과를 보지 못했다. 여러차례 매각 작업에도 실패하면서 LS네트웍스의 부담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지난 2015년 다른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나머지 G&A 지분을 LS네트웍스가 3300억원을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LS네트웍스 실무진들은 이베스트증권 매각을 두고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지만 매각가격에 대한 결정, 더 나아가 증권업 포기에 대한 의사결정이 실무진과 CFO단이 아닌 오너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진척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신규 사업으로 육성해온 해외 원자재 수출 및 중계 무역업 확장도 실패로 끝났다. LS네트웍스는 2010년 이전까지 LG상사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지사장을 거치는 등 해외 상사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김승동 전 사장을 영입해온다. 부임 당시 LG상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구자열 회장의 의사가 반영됐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해외 상사 부문에서 지난해 대손으로만 600억원을 인식하는 등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중국 및 러시아와 독립 국가 연합(CIS) 지역의 환율변동이 워낙 컸고, 아직 신뢰도가 쌓이지 않은 지역에 거래처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현지 업체들이 파산하는 등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구원투수 나선 E1, 옮겨오는 부실 불씨 막을 수 있을까?

      모회사 E1의 개입은 부실이 현실화된 지난해 들어서야 이뤄졌다. 작년 3월 김승동 LS네트웍스 사장이 사임했고, 구자용 E1회장이 5년만에 LS네트웍스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와 함께 윤선노 E1 재경본부장도 공동대표를 맡아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오너가 내 투자 주도권 문제 때문인지, 구자용 E1 회장을 비롯한 E1의 사람들에게 통제권한이 부여되지 못해 LS네트웍스 경영에 전혀 개입을 못해왔다”며 “윤선노 CFO의 부임 이전까지 그동안의 LS네트웍스의 임원 및 이사회 구성에서도 E1 출신 대신 LG증권 인사 비중이 컸다”고 설명했다.

    • 구조조정을 마친 LS네트웍스의 반등에 대해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NICE신용평가는 "약화된 브랜드력 회복이 쉽지 않고, 국내 소비심리 위축 장기화로 인해 브랜드 사업의 실적이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각 신용평가사들은 리포트를 통해 LS네트웍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올해 1분기까지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회복하고, 사업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모회사 E1의 등급 강등 여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자회사 LS네트웍스의 지분가치 하락을 이유로 E1의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한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결국 LS용산타워의 자산가치가 회사 신용도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담보대출을 대규모로 일으킨 상황"이라며 “LS네트웍스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E1은 안정적 사업 구조에도 불구하고 'AA-' 등급 모든 회사중 가장 밑단이 될 정도로 ‘요주의 회사’가 됐다”라며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