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도 실패한 한국형 CIB, KB금융은 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1.17 07:00|수정 2017.01.17 07:00
    벤치마크 통해 IB 물리적 통합하고 'RM 협력체제' 도입
    영업 대상 한정적이라는 국내 CIB 한계 여전해
    중소기업 은행 의존·인적 자원 한계도 극복해야
    • 현대증권 통합을 마친 KB금융그룹이 '은증(銀證) 협업을 통한 기업투자금융(CIB)'을 전면에 내세우고 나섰다. 앞서 하나금융, 신한금융이 시도했지만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사업모델이다.

      KB금융은 '이전의 CIB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두 금융그룹의 사례를 벤치마크해 초기부터 강력한 통합 체제를 내세웠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에서는 성공여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인적 자원의 한계와 더불어 사업대상(Target)이 기존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국내 CIB의 원조는 하나금융이다. 하나증권 시절 은행 IB 담당 인력을 증권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통합을 추구했다. 2005년 대투증권 인수 이후 흐지부지됐다. 이후 2008년 매트릭스 조직을 출범하고 하나금융투자 IB부문 인력을 을지로로 옮기는 등 물리적 통합을 다시 추진했다. 2015년 매트릭스 조직의 상징과 같았던 계열사 사장단의 지주 부회장 겸직 체제를 없애며 다시 흐지부지됐다.

      신한금융도 2012년 본격적으로 CIB의 기치를 올렸다.  2015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발맞춰 은행 부행장이 증권 부사장을 맡는 임원 겸직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은행-증권간 시너지가 불분명하고, 조직 내부 스트레스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 의존도가 커 증권 IB부문장에 소위 '끗발있는' 은행 출신이 앉아야 성과가 난다는 지적도 있다.

      KB금융은 초반부터 두 이전 사례의 장점을 통합했다. 최근 하나금융처럼 은행의 IB인력 200여명을 증권 IB인력이 있는 여의도 사옥으로 옮겼다. 신한금융식 임원 겸직 시스템도 처음부터 마련했다. 전귀상 KB국민은행 기업금융부문 대표가 KB증권 IB부문장도 맡는다.

      은행과 계열사간 공적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통합 RM 시스템'도 마련했다. 은행-증권-보험의 각 기업담당 영업역(RM)을 한 팀으로 묶어 성과를 공동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신한금융의 '더블 카운팅'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다. 더블 카운팅은 거래가 성사됐을때 은행과 증권 양쪽에서 각각 성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KB금융의 한 임원은 "기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나름의 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과 대등한 RM 조직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며 "은증 협업을 전면에 내세운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CIB 구조에 대해 '장점을 합쳐놨지만 차별점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사 기반 CIB는 영업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그때 그때 유리한 구조의 자금조달을 할뿐 은행계 CIB에 의존하지 않는다. 신한금융 역시 대기업 대출을 기반으로 IB업무를 연계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신한금융은 성과가 미진하자 2014년을 전후로 타깃을 중소기업에 돌렸다.

      KB금융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업계 최초로 IB내 중견·중소기업 전담 부서인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본부를 신설했다. CIB 통합 점포도 강남·오창·부산 등 중견·중소기업 밀집지역에 우선 설치했다.

      중견·중소기업 타깃 업무의 경우 필연적으로 은행의존도가 높아지는 난점이 있다. 증권사 네트워크는 대기업 및 상장사 위주로 짜여져 있는 까닭이다. 신한금융 CIB에서 은행 의존도가 커진 배경이기도 하다. KB금융 역시 이런 구조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시장은 아직 KB금융의 자본력과 노하우로 진출이 쉽지 않다. 'CIB 기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를 비전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2025년까지의 장기 목표다. 지난 10일 대표이사 간담회에서도 IB관련 해외 진출 계획은 비중있게 언급되지 않았다.

      선진화된 CIB 업무를 경험해본 리더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윤종규 회장이 현대증권 인수 이후 핵심 경영진으로 글로벌 CIB 경험자를 초빙하려 했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KB증권은 결국 기존 대표이사 두 명을 연임시키고, 은행의 기업부문 담당 부행장에게 CIB 총괄을 맡겼다. '새로운 CIB'를 만들기엔 인적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평가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한·하나는 지지부진하고 농협·우리은행은 CIB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KB의 결과가 국내 은행 기반 CIB에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