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매각 매력은 없어…그룹에서도 '필요성' 충분
시한 연장 후 규제 완화 추이 따라 지원 이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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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의 지배구조 개편 시한이 또 다시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SK그룹은 시한 연장과 매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외부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그룹 내 입지가 '필요성'은 있되 '중요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라 언제 전략적 우선순위가 돌아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SK증권은 지난 2015년 8월 SK㈜와 SK C&C가 합병하며 일반지주회사인 SK㈜의 자회사가 됐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SK㈜는 2년 뒤인 올해 8월까지 SK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지난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한 SK그룹은 4년 넘게 SK증권 처분을 미뤘다. 결국 SK네트웍스가 지주 밖 계열사인 SK C&C에 지분을 넘기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후 4년만에 다시 같은 처지에 처한 것이다.
아직 SK그룹 차원에서 매각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당장 8월이 오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2년의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외부 매각을 할만한 상황도 아니다. SK증권의 브로커리지 점유율은 2.1%(지난해 상반기 기준)에 머문다. 지난해 3분기까지 167억원의 적자를 냈다. IB부문(97억원)과 자기매매부문(438억원)에서 수익을 내 이를 만회하는 구조다. 'SK그룹'의 후광을 떼어내고 봤을 때 경쟁력이 높은 증권사는 아니라는 평이 많다.
시가총액 3600억여원, 자기자본 4100억여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에 가깝다.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초대형사의 PBR(0.7배)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자본확충을 위한 매물로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SK그룹 내부에서도 SK증권의 향후 방향에 대해 고민 중이지만, 명확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룹 내 마지막 금융계열사로서 해줄 수 있는 몫이 분명히 있는 까닭이다. SK그룹은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중 하나이며, SK증권의 채권시장(DCM) 주관 능력은 대형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SK그룹은 2010년 이후 계속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지배를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기다려왔다. 공정위는 올해에도 '중간지주회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제도 도입 상황에 따라 SK증권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SK그룹이 시한 2년 연장 신청을 한 뒤 규제 완화와 주력 계열사 현안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SK증권에 대한 정비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배구조가 정리된 후에야 업계 최저 수준의 자기자본도 확충이 가능하다.
SK증권은 그룹의 결정을 기다리며 내부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수권주식수를 10억주에서 20억주로 늘려 대규모 증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급한 자본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충당했다. SK증권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13년 외부에서 영입된 김신 사장은 지난해 말 임기가 3년 연장됐다.
만약 SK증권을 지주회사 외부로 빼더라도 그 대상은 SK케미칼 등 계열 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에 매각 후 그룹을 정비하고, 투자회수(exit) 시점에 재인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K㈜가 보유한 지분 10%의 가치는 360억여원 수준이라 매각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얼마든지 처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현안에 밀리긴 했지만 증권과 관련해 SK그룹 내부에서 상당한 수준의 성장 플랜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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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