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이 대세인 기업평가 지표…명제는 단순하다
입력 2017.01.18 07:00|수정 2017.01.18 07:00
    글로벌 경쟁 심화·경기침체 장기화에 단순 지표는 한계
    순차입금/EBITDA·순차입금/총자산 등 지표 주목
    차입금 관리 가능한 꾸준한 현금창출력 중요성 커져
    • 그동안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들은 개별적인 것들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면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은 차입금 규모와 부채비율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은 현금성자산과 매각가능자산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에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즉 현금창출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비싼 돈을 들여 회사를 인수해도 현금창출력만 좋다면 나중에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별적인 지표로 기업을 평가하는 데는 전제 조건이 있다. 기업이 노력하면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라는 점이다. 대내외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분위기는 10년이 지난 지금, 크게 뒤바뀌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필두로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킬 것 같던 신자유주의의 수명은 길지 못했다. 과거의 영광을 강조하는 국수주의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휘감으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한 마디에 미국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마저 너나할것없이 미국에 생산 기지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국내 상황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 심화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해졌다.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떠받쳐줘야 할 내수기업들은 경기침체 장기화 덫에 걸렸다. 고용시장은 얼어 붙었고 반짝 따뜻했던 부동산 경기도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이를 관장해야 할 컨트롤타워는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 정국에 접어들었다.

      기업들이 처한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나빠지면서 기업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지표에 대한 새로운 요구도 늘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한 개별 지표로는 기업의 앞날을 예단하기 더 어려워졌다. 개별 지표 몇 개를 묶은 복합적인 지표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간단한 명제 두 가지를 던졌다.

      첫째 ‘빚을 줄이려면 돈을 잘 벌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이다. 현금창출력에 비해 순수한(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차입금이 몇 배 정도 되느냐는 것을 수치화했다. 순차입금을 줄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현금창출력이 나오는 지를 보겠다는 뜻이다. 빚을 줄이거나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어야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 ‘돈을 못 벌면 팔아버릴 재산이라도 많아야 한다’

      총자산 대비 순차입금 배율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부채비율 자체가 신용등급 하향의 트리거(방아쇠) 조건이었다면 이제는 총자산 대비 순차입금 배율이 일정 기간 어떻게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재무정책 기조가 어떤지를 간접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아무리 영업실적이 좋다 하더라도 기업이 현 상황에 비해 과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차입금을 감축하려는 의도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기업 가치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의 재무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차입 여력이 충분치 않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산들을 매각했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이제부터는 사업적으로 경쟁력이 있는지, 다시 말해 ‘돈을 잘 벌 수 있는가’라는 기초적인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개별 지표를 볼 때는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많았다. 이제는 복합적인 지표를 봐야 하지만 변수는 줄었고 결론은 명쾌해졌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선은 ‘사업 경쟁력을 키워 번 돈으로 빚을 갚는 것’이다. 이 결론은 단순히 기업 자체 평가뿐만 아니라 M&A, 기업공개(IPO) 등 자본시장에서의 움직임과 산업 및 개별 구조조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