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투자자들의 '성지' 에스트레뉴, 방이 남아돈다고?
입력 2017.01.19 07:00|수정 2017.01.19 07:00
    경매·계절적 요인에 공실률 10%
    제약·화장품 등 증시 부진도 한몫
    • #전업투자자 A씨는 사무실을 얻기 위해 여의도역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 전업투자자의 성지로 불리는 여의도 ‘에스트레뉴’의 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2~3년전만 하더라도 대기수요가 있을 정도로 붐볐지만, 지금은 방이 10여개 정도 남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펀드매니저 B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소형 자산운용사를 차릴지 고민하다 관뒀다. 작년을 기점으로 전업투자자로 전향한 주변 펀드매니저들이 하나같이 손실을 보고 있어서다. 올해 증시전망도 밝지만은 않아 섣불리 나갔다가는 오히려 퇴직금도 못 건질 거란 판단을 하고 있다.

      여의도 에스트레뉴(사진)는 지상 36층 건물로 총 118실로 구성된 오피스텔이다. 전용면적 19㎡ 남짓의 1개실의 월세 임대료가 350만원선인 이 빌딩은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출신 개인투자자로 불리는 전업 투자자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한 때는 방이 없어서 기다려서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경매 물건이 대량으로 나온데다 전업투자자들의 수요가 줄어들어 빈 방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말 입찰한 30개실은 모두 유찰되었다가 이후 경매 법원을 통해 주인을 찾았다.

      여의도역 인근 부동산 직원은 “아무래도 주요 수요자가 전업투자자들이다 보니 증시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라며 “경매로 물건이 많이 나온데다 계절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공실률이 10%가량 된다”라고 말했다.

      에스트레뉴의 주요 수요자인 전업투자자의 입주가 시들한 이유로는 증시 상황이 거론된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들의 소규모 자산운용사 창업 열풍이 불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전업투자를 통해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보다는 손해를 봤다는 말들이 더 많이 나돌고 있다.

      사실 시장 자체 만으로 놓고 보면 작년은 이전과 별반 차이는 없었다. 코스피는 1800~2200선을 오고 가는 박스권 장세를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도 560~710선 사이를 오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전과는 사정이 달라졌다. 코스피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작년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횡보했다. 달리 말하면 다른 종목들의 부진을 삼성전자가 만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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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전업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말고는 이렇다 하게 주가가 오른 종목이 없다”며 “삼성전자 주식은 사실상 코스피 인덱스와 별반 차이가 없어 개인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종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전업투자자들의 ‘꿈’을 담은 바이오·화장품 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화장품 업종의 경우 중국 수출 증가에 따른 실적기대감이 존재했지만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시총 순위에서 6위에서 12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바이오· 제약주는 한미약품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부진했다. 지난해 연말 코스피 의약품지수와 코스닥 제약지수는 각각 8%, 4% 가량 하락했다. 이정수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장은 “바이오 ·화장품 등 고벨류 성장주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껶였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전업투자자로 전향하기에는 늦었다는 말들이 나온다. 상시 구조조정이 일반화된 증권사에서 떠밀려 나와 창업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꾸준히 있겠지만, 열기는 이전만 못할 것이란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창업에 대한 제의가 오는 시니어들도 섣불리 나가기를 꺼려한다”라며 “이런 분위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