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원 기대 어려워
주요 기관투자자 심리도 냉랭
작은 규모 차환발행 추진할 듯
-
올해 1조원 이상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삼성물산이 대책마련에 고심이다.삼성물산을 적극 지원했던 국민연금의 도움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검찰수사를 비롯해 삼성그룹을 둘러싼 크고 작은 사태들로 실추된 이미지를갖고‘삼성’브랜드만으로 조달시장에 선뜻 나서 흥행을 기대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의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1조700억원 규모다. 지난 2012년 2차례(총 4800억원)와 2014년 3차례(총5900억원)에 걸쳐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올 2월 초부터 도래한다. 이는 각 기업별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 중 현대제철(1조1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
회사채 차환발행을 통해 만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로선 흥행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물산은 신용등급 AA+로 국민연금의 회사채 인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고 있는 만큼 발행에 나설 경우 국민연금·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이 총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을 당시에도 약 1500억원 이상을 인수했을 정도로 적극 투자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진행돼운신의 폭이 줄어든 국민연금의 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민연금의 투자심리는 주요 투자자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연금의 부재는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삼성물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삼성물산의 주요 투자자였던 국민연금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쉽게 차환발행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이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측이 지난해와 같이 3000억~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발행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발행을 추진해 증액을 노리는 전략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발행에 나서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차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그동안 수차례 대규모 발행에 나섰던 삼성물산이 기관투자가 투자심리를 고려해 적은 물량의 발행을 추진해 (성공적인) 수요예측 이후 증액하는 전략을 구상하거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해 투자자를 유인할 가능성도 있다”며“이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미매각에 대비 해 시장에서의 이미지 실추를 방지하려는 차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과 별개로 삼성물산이 사업적으로 부각될만한 성장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치훈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사업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되는 검찰수사, 이로 인한 시장의 불신이 더해지면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쇄신'에 대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합병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회사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은 건설·상사·패션·리조트·바이오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매출부문에서 기존 삼성물산의 건설과 상사부문이 80% 이상으로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옛 제일모직의 사업부문은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정도로 현재로선 양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는 바이오 부문 또한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회사는 기대감만 갖고 있다.
사실상 삼성물산은 사업성을 제외하고 ‘지주회사’전환에 대한 이벤트만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마저도 전방위적인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선 불투명하다. 수사결과에 따라 혹시 있을지 모를 오너 부재의 경영 공백이 발생할 경우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현재 국민연금 이슈를 제외하고 삼성물산이 명확한 사업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더 큰 문제로보인다”며“이는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되거나 지배구조 내에서 역할이 지금보다 미미해질 경우 장기적으로도 투자심리를 위축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