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4%? 개정안-특례법? '원칙' 합의 늦어지는 인터넷은행
입력 2017.01.25 07:00|수정 2017.01.25 07:00
    금융위, 속도 위주 인터넷은행 도입 '부작용'
    원칙 부재가 발목 잡아…민간 기업만 전전긍긍
    국회입법조사처 "예견된 상황…법적 불확실성 초래"
    • 늦어지는 원칙 합의가 영업 개시를 눈 앞에 둔 인터넷전문은행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선도입 후정비'의 방식으로 도입을 급추진하며 원칙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고, 원칙의 부재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법을 고칠지 만들지, 산업자본 지분한도는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 여전히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논의 중인 인터넷은행 관련 법안은 5건에 이른다. 은행법 개정안이 2건, 인터넷은행 특별법이 3건이다. 19대 국회에선 은행법을 개정해 인터넷은행 설립 근거를 만드는 방안만이 논의됐지만, 20대 국회들어 특례법을 만들자는 의견이 대두하며 3건의 특례법안이 발의됐다.

      5건의 법안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비슷하다. 은행법 개정과 특례법 제정을 동시에 할 필요는 적은 셈이다. 일단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최저자본금 기준을 일반은행(1000억원)보다 크게 낮은 25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은 5건의 법안이 모두 동일하다. 인터넷은행이 정착한 일본 역시 인터넷은행 최저자본금은 20억엔(206억여원) 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부 내용은 모두 다르다. 우선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가 갈린다. 강석진 새누리당 의원, 김용태 무소속 의원이 내놓은 은행법 개정안과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이 내놓은 특례법안은 지분 한도를 50%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의 방침과 같다.

      그러나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특례법안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의 특례법안은 지분 한도를 34%로 낮췄다. 경영권 행사에 과반지분인 50%까지 허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인터넷은행 지분 취득에 대한 대안도 모두 다르다. 강석진 의원안과 정재호 의원안, 김관영의원안은 대기업집단의 은행 지분 한도를 현행 4%(허가시 10%까지 가능)으로 제한한다.

      김용태 의원안은 대기업집단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법을 통해 금지하도록 했다. 유의동 의원안 역시 대기업집단의 지분 한도를 50%까지 허용해주고 있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허용 여부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용태 의원안과 김관영 의원안은 원천 금지가 주요 내용이다. 정재호 의원안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시행령을 통해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유의동 의원안은 허용하되 자기자본의 10% 이내로 규모 제한만 뒀다.

      은행법엔 근거가 없는 '인터넷은행의 대면영업'에 대해서도 법안마다 내용이 다르다. 정재호 의원안과 유의동 의원안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대면영업을 허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다른 의원안엔 관련 내용이 없다.

      이 밖에 ▲대출금리 상한 설정 ▲5년마다 인가요건 정기 재심사 ▲은산분리 규제 완화 시한 적용 등 법안마다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다.

      관련 법안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모두 하나하나 인터넷은행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비금융주력자 지분 한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주주 구성과 증자 구조가 출범했을때 계획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면영업 허용 여부, 인가조건 재심사, 대주주와의 관계 설정 등도 하나같이 민감한 내용이다.

      이는 금융위가 입법기관과의 교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속도전 위주로 인터넷은행을 도입하며 불거진 문제라는 분석이다. 금융위의 도입안을 근거로 사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들만 애매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인터넷은행 관련 현안에 대해 조사보고서를 발간한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조속한 도입을 위해 은산분리규제 완화를 전제로 도입을 추진하며 예견되었던 상황"이라며 "소유규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아 법적 불확실성이 초래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