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새 인사평가 연내 시행…보험사 인수는 최후순위 과제"
입력 2017.01.25 16:46|수정 2017.01.25 16:46
    25일 '민선 1기' 우리은행장 선임…2년 임기
    "연내 새 인사평가 시스템 도입해 갈등 해소"
    "지주사 전환 및 계열사 인수 이사회와 협의할 것"
    캐피탈 등 1순위, 증권 2순위, 보험사 3순위 검토
    "그룹장 체제는 유지…구정 때 임원 인사 구상할 것"
    • 이광구 행장이 '민선 1기' 우리은행을 이끌 수장으로 결정됐다. 이 행장은 민영화라는 숙원을 해결한 공로로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했고, 관치 논란의 그림자도 덜어냈다.

      다만 상업은행 출신 행장 연임에 따른 내부 갈등을 조율하고, 경쟁이 심화하는 은행업에서의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행장은 사내 갈등 조정 방안으로 새로운 인사 평가 시스템을 연내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과점주주와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기회가 닿을 경우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M&A에 나서더라도 IFRS9 도입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 보험사 인수는 최후순위로 미뤄뒀다.

      이 행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민영화 성공 및 순익 증가가 연임 결정의 핵심 배경이었다.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행장에 대해 "민영화 및 실적에 비추어 업적과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며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민영화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행장은 재임 중 조직개편을 통해 수석부행장 체제 대신 주요 사업부문을 3개로 묶는 '그룹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끌어올렸고, 성과 보상체계와 인사제도도 손질했다. 정부의 통제 아래 있으면서도 외풍을 비교적 잘 막았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그룹장 체제가 효율적이었다"며 "앞으로도 체제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취임 당시 정권 코드에 따른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엔 과점주주로 구성된 이사회가 행장 선임을 독립적으로 주도함에 따라 이러한 부담을 덜게 됐다. 서금회 논란에 대해 이 행장은 2년전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친목단체"라며 선을 그었다.

      전임 이순우 행장에 이어 이 행장의 연임까지 상업은행 출신이 잇따라 행장에 오른 데 따른 한일은행 출신 임직원들의 소외감을 달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 행장은 과거 관행처럼 상업-한일 출신 인사 임원을 인위적으로 배분하기 보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시스템을 마련해 올해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이광구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전문.

      - 우리은행이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자본비율은 여전히 과제다. 향후 영업하거나 자산을 늘릴 때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본비율 높일 방안은.

      “작년말 현재 보통주자본비율은 10.5%로 2019년까지 맞춰야 할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 올해 1조3000억~1조5000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 0.5%p의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매년 0.5%p씩 개선된다면 기준을 충분히 넘을 것이다.”

      - 지주사 전환을 하는 것이 자본비율 관리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임추위에서도 말했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본비율이 개선되고 추가 자회사 매입을 위한 비용 조달도 쉬워진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와 협의 하에 긍정적으로 대처하겠다.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사업포트폴리오가 완성되길 희망한다.”

      - 시장에서는 알짜 계열사를 거느려야 한다는 평가가 있다. 과점주주에 보험-증권사들도 있는데 보험사와 증권사도 인수 대상인지.

      “아직 증권, 보험사 인수와 관련한 논의는 못했다. 인수한다면 캐피탈이나 부동산 관리회사 등 조그만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증권이 두 번째, 보험이 세 번째 인수 대상이 될 것이다. 보험의 경우 IFRS9이 적용되면 자본 부담이 있기 때문에 몇 년 후에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차적으로는 내부 성장에 주안점을 두겠으나 2차 목표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따로 논의할 것이다.”

      - 지난번 임기는 3년이 아니라 2년이었는데 이번 임기는 어떻게 되는지.

      “임기는 2년으로 계약했다. 일반 회사에서 CEO의 임기는 주주들에 전속적으로 달렸다고 생각한다. 잘하면 4년도 되고 6년도 될 수 있지만 못하면 6개월만에 내려와야 할 수도 있다. 민영화된 은행에서 임기는 큰 의미 없다. 매순간 노력하겠다.”

      - 2015년 수석부행장 체제에서 그룹장 체제로 도입하는 등 파격적 조직개편이 있었다. 이 체제 그대로 갈 것인지. 아울러 임기 만료되는 임원 있는데 차기 인사 계획은.

      “그룹장 제도를 2년간 시행해보니 수석부행장 체제 보다 전문성이 확보되고 효과가 좋았다.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 현재 생각이다. 인사는 구정 때 구상을 해서 사외이사에 큰 가이드라인을 설명 드릴 것이다. 인사는 제가 단독으로 하고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주주들과 협의해서 할 것이다.”

      - 우리은행은 임원 구조가 상업-한일 출신 동수로 돼 있었는데.

      “민영화된 은행에서 상업-한일 동수 관례를 따지기 보다는 객관적 평가 기준에 맞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이사들의 의견이 있었다. 갑자기 큰 변화는 누가 어렵겠지만 외부 컨설팅 조직과 내부 조직으로 TFT를 꾸려 객관적 평가기준이나 인사원칙에 대한 모범답안을 6월까지 마련하려고 한다. 노조와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12월부터는 상업-한일 임원 동수 선임 관례를 무시하고 공정한 인사평가 규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 우리은행은 관리자가 많은 항아리 구조라는 지적이 있다. 다른 은행들처럼 대규모 명퇴를 구상하고 있는지.

      “항아리형이라는 일반 평가가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이 600명으로 타행 대비 많은 편이다. 이를 제외하면 신한은행과도 직급별로 1~2% 차이만 나는 피라미드 구조다. 전체적인 구조조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매년 자연스레 700명씩 감소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신규 인원을 충원하면 좋은 모양이 나올 것.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에 대해서는 새로운 역할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되, 원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기회를 갖는 것도 생각해보겠다.”

      - 처음 행장 취임 당시 연간 15조원 자산증가 목표가 있었고 훌륭히 달성했다. 이번에도 목표가 있는지?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 계획은?

      “과거에는 급속한 자산성장을 통해 건전성을 높이고 안정성을 꾀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건전성이 확보돼 있다. 앞으로는 안정적으로 매년 4~5%의 성장을 목표로 하면 보통주 자본비율에 급격한 손상 없이도 질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성과급 체계도 내-외부 TFT를 거쳐 만들 계획이다. 시스템적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과점주주와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복합점포 운용 계획이 있는지.

      “한화생명과 동남아 같이 진출해서 우리은행의 동남아 네트워크에 보험판매 창구를 넣는 업무제휴 협약이 좋은 사례다. 과점주주들이 아직 동남아 네트워크가 부족해 좋은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복합점포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증권사도 내점 고객이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모바일 협력이 중요하다. 위비 쪽 얼라이언스를 맺으면 좋을 것이다. 자산운용사는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과점주주증권사들도 자산운용사가 있으니 그쪽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아직도 상업-한일 갈등이 있는데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아울러 서금회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통합 우리은행 후 들어온 직원이 70~80%를 차지한다. 상업-한일 갈등은 상층부 일부에 국한된 문제다. 영업조직에서는 실적이 중요해서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다. 흑묘백묘론처럼 출신보다는 성과 가져오는 직원이 예쁠 수밖에 없다. 말했다시피 개선 방침을 넣어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서금회는 단순한 모임이고 정치적 영향력도 없다. 무시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