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급감한 삼성엔지니어링…그룹 지원도 '한계'
입력 2017.02.01 07:00|수정 2017.02.01 10:39
    지난해부터 대규모 해외계약 취소 이어져
    "수주잔고 급감은 곧 외형축소"
    그룹 계열사 의존도 높아지지만 지원엔 '한계'
    저조한 수익성 불구 2% 채권금리…"삼성프리미엄 오래가기 어렵다"
    • 삼성엔지니어링이 연초부터 대규모 프로젝트의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최근 수년간 의미 있는 수주는 없었던 탓에 향후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또는 삼성물산 일부 사업부와의 합병 등을 통해 그룹 내 위상이 제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현재 삼성그룹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SWCC(Saline Water Conversion Corporation)가 발주한 1조6000억원 규모 얀부 발전 및 해수담수 플랜트(Yanbu Power & Desalination Plant Phase 3)의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엔 1조3000억원규모의 카자흐스탄 발하쉬(Balkhash) 화력공사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이번 얀부 프로젝트 취소에 따라 지난해 3분기 기준 9조7000억원이었던 수주잔고는 약 8조7000억원으로 떨어졌다. 회사의  2015년 기준 연간 매출액 6조44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얀부 프로젝트 계약해지는 발주처와 정산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화공 및 비화공 분야에서 설계·조달·시공을 담당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업체다. 매출은 주로 해외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의 매출액은 약 5조원으로 이중 65%이상인 3조3000억원이 미국·아시아·유럽·아프리카·중동 등에서 발생했다.

      해외수주 급감으로 향후 먹거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올해 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다. 해외수주의 절반이상(약 60%)을 차지하는 중동지역의 발주가 회사가 강점을 가진 화학계열이 아닌, 정유계열에 집중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일부 국내업체들이 수혜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해외수주가 줄어든 삼성엔지니어링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는 평가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2017년 중동지역의 발주는 정유계열(Refinery)공사가 대부분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이 강점을 보유한 화학계열 공사 발주가 제한적으로 판단된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수주한 첫 주요 정유계열 공사가 아랍에미레이트 지역 CBDC인 점을 고려할 때 정유계열 공사에서 회사의 경쟁력은 약하다"고 평가했다.

      해외수주의 감소는 회사의 외형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생산설비 구축 등의 그룹 내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해외공사를 주로 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수주잔고가 감소했다는 것은 회사의 외형축소뿐 아니라 향후 먹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완전히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내부 수주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이미 국내외 투자자들이 삼성엔지니어링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담하다. 대규모 부실을 발표한 이후 회사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주요 기관투자자, 운용사 등에서 주요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는 기업이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대거 참여하며 회사 매각에 대한 이야기는 잠잠해졌다. 현재 사업성과를 고려할 때 한차례 실패했던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재추진, 삼성물산 일부 사업부와의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재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운신의 폭이 줄어든 삼성그룹이 그룹 구조조정이 기존과 같이 쉽게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룹차원의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향후 수년간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자본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위상 또한 위축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채권을 발행해도 금리가 2%도 안될 정도로 수익성에 비해 '삼성프리미엄'으로 인한 수혜를 많이 봐왔다"며 " 삼성그룹의 지원 또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획기적인 수익성 제고가 없는 이상 기존에 누렸던 삼성프리미엄 또한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의 계약해지와 관련해) 발주처와 원만한 정산 협의를 통해 잘 마무리 할 계획"이라며 "올해도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과 함께 프로젝트 손익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