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늘어났지만...여전히 불확실한 입지
'결국 현대車 뜻에'...'현대카드 오너십'과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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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대표에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제조 계열사에 대한 경영 지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정 대표와 배우자인 정몽구 회장 차녀 정명이 씨가 주요 주주인 현대커머셜이 최근 현대카드 지분 19.01%를 직접 매입한 데 대해 여러 논평이 거론된다.
오너 경영인 이미지가 강한 정 대표이지만, 실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미미하다. 현대커머셜 지분 16.67%(정명이 씨까지 포함하면 50%)를 제외하면 카드와 캐피탈에조차 직접 지분이 없다. 가업이라 할 수 있는 종로학원 지분(100%)은 지난 2014년 한 입시업체에 매각했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정태영 대표의 간접적인 영향력이 조금 더 커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 다음 이슈는 정 대표가 현대차그룹 3세 승계 과정에서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 금융계열사 '오너십'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정 대표는 현대차의 사위다. 적장자가 아니다. 현대글로비스 키우기 등 현대차의 승계 대비 프로그램은 오직 맏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만을 위해 준비됐다. 기아자동차를 턴어라운드 시키고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글로벌화에 일조한 정의선 부회장이 차기 회장이 될 거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의선 체제에서도 정태영 대표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총괄 경영자라는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직은 확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불확실성은 정 대표가 스타 경영인으로 유명세를 탔음에도 '입지가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는 원인이 돼왔다.
사실 정 대표는 지난 2015년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각 전문분야별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9명의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리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 정 대표와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 중에는 불화를 암시하는 것도 있다. 정 대표가 정의선 체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은근히 배척받고 있다는 것이나, 현대차가 방계인 현대백화점의 카드사업을 지원해 현대카드를 견제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이런 의구심이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선 정 대표가 현대카드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면 된다. 정 대표가 종로학원 지분에 이어 2015년 종로학평 지분까지 매각하자, 금융시장 일각에서 '매각 자금을 현대카드 지분 매입에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 24.5%를 보유, 현대자동차(36.9%)에 이은 2대 주주가 된다. 나중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매입할 현대카드 지분 23.99% 중 13%만 추후 가져와도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아직 거래는 끝나지 않았고, 주주간 계약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현대카드의 기업공개(IPO) 또는 이번에 주주로 참여한 FI들의 투자회수(exit) 과정에서 정 대표가 지분을 추가 매입할 근거가 포함됐거나, 그럴 기회가 마련된다면 정 대표의 금융사 오너십을 향한 의지를 유추할 여지는 충분하다.
물론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의 최대주주가 된다 해서 곧바로 현대카드가 정 대표의 것이 되는 건 아니다. 현대커머셜도 나머지 지분 50%는 현대자가 보유하고 있다. 현대커머셜 이사회에는 최병철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CFO)도 포함돼있다.
결국 열쇠는 현대자동차가 쥐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정태영 대표의 입지는 애매하다.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 인수로 정 대표의 영향력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를 금융사 계열분리나 현대카드 오너십 변경 가능성으로 완전히 확대 해석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여기서 변수는 현대자동차의 이해득실이다. 현대카드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필요성이 있는지 고민할 수 있다. '캐피탈'은 고가 상품인 자동차를 할부로 팔기 위해 반드시 가져가야 할 계열사지만, 개인 위주 여신전문회사인 '카드'는 오히려 그룹 평판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따져보면 지금의 독특한 현대카드 이미지는 정태영 대표가 만든 작품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를 그룹에서 떼어놓는다면 정 대표에게 지분을 매각하고 아름다운 계열분리의 수순을 밟는 게 최선으로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버스·트럭 등 상용차 할부금융회사인 현대커머셜도 현대차그룹에 남겨두는 모양새가 더 합리적이다. 정 대표 부부가 현대커머셜 지분을 지렛대삼아 현대카드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현대차그룹 3세 세 사위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건 둘째 사위인 정 대표 뿐이다. 맏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남편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은 현대차그룹 경영과 거리를 두고 있다.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의 남편인 신성재 씨는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4년 정윤이 전무와 이혼하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 그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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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01일 10: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