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 눈독 들이는 국내 석유화학社, 완주 가능성 미지수
입력 2017.02.03 07:00|수정 2017.02.06 09:52
    가동 중단됐던 JAC, PX 스프레드 회복으로 턴어라운드
    M&A 여력 갖춘 롯데·한화, 兆단위 투입 어려울 듯
    "재무 여건 나아졌지만 업황 하락기 대비한 투자 해야"
    • 롯데와 한화가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 나섰다. 파라자일렌(PX) 시황 회복과 회사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인수·합병(M&A) 여력이 확대된 점이 맞물렸다.

      다만 수조원대 거래에서 글로벌 업체들을 제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또 그룹 이슈는 물론, 석유화학 산업의 업황 하락기를 대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JAC는 SK그룹을 비롯한 국내외 8개 업체들이 합작해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싱가포르 현지에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원료로 PX, 벤젠, 혼합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했다.

      이 무렵 중국을 중심으로 PX 설비 증설이 잇따르며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업황이 꺾이자 JAC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원료 가격도 문제가 됐다. 유가가 떨어지며 석유화학 업체들에 우호적 여건은 마련됐지만 콘덴세이트 가격은 그대로였다. 공장을 가동할 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 이처럼 '애물단지'였던 JAC는 최근 갑자기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탈바꿈했다. 파라자일렌(PX) 시황이 회복된 점이 이유였다.  2014년 수익성을 좌우하는 PX 스프레드가 330달러까지 떨어졌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가격이400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설비 증설이 주춤했던 점도 수급 부담을 완화했다. 확장세였던 중국 내 PX 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연이어 발생, 생산이 중단된 점도 영향을 줬다. PX를 원료로 하는 PET와 폴리에스터 등의 글로벌 수요는 증가세다.

      JAC 공장의 지리적 이점도 효과를 발휘했다. 아시아로 유입되는 석유 및 원유제품은 싱가포르 해역을 지나게 돼 있어 석유 저장산업도 발달했다. 중국 및 아세안 국가들과 인접해 제품을 수출하기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번 인수전은 '외형 확장'을 꾀하던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에게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 중 PX 생산 규모가 적다.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한 현대케미칼을 통해 PX 부문을 강화했지만 아직은 아쉬운 수준이다. 또 한화토탈은 이미 PX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데다 올해 설비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무 여력도 갖춰졌다. 석유화학 산업은 유가 하락과 수급환경 개선으로 지난 2년 간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조원에 달했다. 차입금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1.5배로 낮아졌다.

    • 다만 인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다.

      우선 거래 규모부터가 만만치 않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금액은 최소 1조원~2조원 수준이다. 글렌코어나 BP 등 글로벌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가격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매각자인 채권금융기관들도 고가 매각을 기대하는 눈치다.

      매각 경쟁이 심화되면 롯데나 한화 입장에서도 무리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소재기업 컨티넨탈 스트럭처럴 플라틱스(CSP) 인수전에서 해외 후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제시에 밀린 전례가 있다. 이에 한화그룹은 인수 주체를 한화종합화학에서 한화토탈로 바꿨다. 합작 주주인 영국 토탈(Total)사와 인수 대금을 분담해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이슈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롯데케미칼이 타 계열사에 비해 독립적이라고는 하나 그룹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미국 석유화학업체 액시올(Axiall) 인수를 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은 글로벌 대형사들의 투자 계획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변동성이 내재된 산업이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로 차입금이 증가했던 롯데케미칼의 경우 조단위 투자를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성장을 위해선 투자를 고민하는 것이 맞지만 JAC가 수조원을 들여서까지 가져와야 하는 매물은 아니다"라며 "최대 실적이 도취된 투자가 아닌 곧 도래할 하향 사이클을 대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