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의 주주환원?…"주주 달래기 보다 신뢰회복이 우선"
입력 2017.02.06 07:00|수정 2017.02.07 09:41
    현대車, 잉여현금흐름의 최대 50% 배당 계획
    투자자들 "주주 달래기 보단 기술개발·투자확대 우선"
    "親 주주정책, 경영권 승계위한 포석?"의견도
    • 현대자동차가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대규모 배당 소식을 반기는 일부 주주들도 있지만, 현대차를 바라보는 투자자들  대부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주들만을 위한 정책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술투자,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현대차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30~50%가량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의 잉여현금흐름은 약 2조원 규모, 이중 1조795억원이 배당으로 사용된다. 지난해 7월 1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했고, 기말엔 1주당 30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주당 4000원의 배당은 지난 2015년과 동일하지만 배당성향은 20%로 3.2%p 상승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같은 기조는 향후 수년간은 유지될 전망이다.

      그동안 현대차의 배당성향 확대를 비롯한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의 필요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2014년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사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한 이후부턴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이 같은 요구는 거세졌다.

    •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1935억원으로 지난 2010년(5조9185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예상보다 낮은 4분기 실적이 전반적인 실적 저하 요인으로 설명하며 "지난해 3분기 대규모 생산 차질 여파가 4분기에 영향을 미치며 원가부담이 가중됐고, 원 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며 판매보증충당금 인식 규모가 늘어난 결과"라고 밝혔다.

      일시적인 영업이익 감소라면 현대차의 설명은 납득할만하다. 하지만 꾸준히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추세 속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에어백 결함을 비롯한 품질논란, 반복되는 노사갈등은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차에 등을 돌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하락세다. 국내시장 판매율은 전년대비 7.8% 줄어들었고, 해외시장 또한 1.2% 감소했다. 르노삼성(39%), 한국GM(14%), 쌍용차(4%) 이상 판매량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70% 이하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 속 배당 확대, 즉 주주 친화정책에 대해선 투자자들은 반기지 않는 눈치다. 대규모 배당으로 일단 주주를 붙잡아두려는 의도는 결국 향후 진행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개발(R&D)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게 되면 자연스레 주가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현재 이익이 안 나오니 배당성향을 높여 (떠나면 그만인 외국인 투자자들을 비롯해) 주주들을 붙잡으려는 모양새지만, 이는 당장 눈앞의 위기를 가리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주주들 달래기에 앞서 장기적인 비전과 성장성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배수의 진을 치는 노력을 차치하고도 신뢰를 잃어가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쇄신 의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장성이 둔화한 미국 시장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가에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차츰 개선되고 있다. 믿을만했던 유럽시장의 경쟁강도는 세지고 있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이익 기여도는 약 80% 수준. 이중 상당 규모가 내수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결국 내수시장의 탄탄한 기반으로 성장했던 현대차이지만, 내수시장의 부진은 장기적으로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IT와 인공지능(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 시대에선 끊임없는 기술개발,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을 통한 생존전략 모색이 필요하지만 현대차는 전 세계 완성차 메이커 중 유일하게 모든 분야를 자체적으로 대응하려는 유일한 회사로 보인다"며 "이전과 같은 혁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를 위한 이미지 개선, 브랜드 가치 제고의 노력이 없다는 점이 단기적인 주가 하락보단 훨씬 큰 문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