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엘리엇, 이번주 '송곳니' 드러낼까
입력 2017.02.07 07:00|수정 2017.02.09 14:35
    3월 정기주총 주주제안 시점 다가와
    아르코닉 등 글로벌 시장서 '분쟁' 지속
    삼성전자 투자 차익 벌써 4500억원 추정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고 경영개선 요구를 한지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첫 요구 이후 침묵을 지켰던 엘리엇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노리고 '행동'을 개시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엘리엇은 지난해 4월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6개월 이상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법상 소수주주를 위한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매년 3월 두번째 금요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왔다.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해야 한다. 늦어도 2월 첫째주에는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발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등 일련의 과정에서 엘리엇은 중립 혹은 우호적 입장을 취해왔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수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엘리엇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분쟁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난달 미국 항공기 및 자동차 부품업체 아르코닉의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클라우스 클라인필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엘리엇은 13명으로 구성된 아르코닉 이사회에 5명의 새 이사를 추천하며 경영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이어 이달 초엔 글로벌 손해 재보험사 아이올로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경영권 지분도 인수했다. 삼성전자에 집중하지 않았을 뿐, 공격적인 주주환원과 경영참여를 추진하는 본연의 성격은 잃지 않았던 것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특별배당'과 '글로벌 감각과 다양성을 갖춘 사외이사 3명 이상 추가'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요구에 크게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올해 총 배당금은 연간 순이익의 17% 수준이다. 사외이사 역시 현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1명 이상을 추천하겠다"며 외부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엘리엇이 정기주총을 기점으로 다시 포문을 열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며 엘리엇도 상당한 이득을 봤다.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투자를 통한 엘리엇의 차익은 45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이 지분을 취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9월 사이 삼성전자 평균 주가는 140만원대였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4300억여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배당으로 209억원도 받는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본 손실의 10배에 가까운 이득이다. 투자 수익률도 이미 50%에 가깝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그림까지 제시한 엘리엇이 이정도 차익에 만족하고 물러날 거라 보긴 어렵다. 다만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조 단위의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아르코닉을 비롯, 엘리엇이 크게 분쟁을 벌였던 회사는 대부분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엘리엇이 지난해 10월 이후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는지, 팔고 떠났는지도 확정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달 초를 전후해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내놓는지와, 정기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시 지분율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향후 엘리엇의 움직임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수사 결과의 추이를 지켜보며 소송전으로 전선을 넓힐 거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의 '애국심 호소' 전략에 패했던 엘리엇으로선 뇌물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민심이 삼성에서 등을 돌리는 시점을 기다리는 게 최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