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시바 지분 인수 나선 SK하이닉스…삼성 추격·중국 굴기 견제
입력 2017.02.07 10:32|수정 2017.02.09 14:39
    도시바, 원전사업 대규모 손실로 메모리반도체 분사 후 지분 매각
    美 WD·中 칭화유니·베인캐피탈 등 10여곳 참여 전망
    •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반도체 업체 도시바 지분 인수전에 참여했다. 그간 약점으로 꼽혀온 낸드 부문에서의 기술력 확보를 통해 선두업체인 삼성전자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반도체 굴기(屈起)’를 선언한 중국의 위협에서도 격차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관련 업계 및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지분 19.9%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분 매각 금액은 약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외에도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중국 칭화유니그룹, 대만 훙하이그룹, 일본정책투자은행,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탈 등 10여곳이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도시바는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를 거쳐 메모리반도체 사업 분사 및 일부 지분 매각 방침을 확정했다. 도시바가 미국 원자력 사업투자로 약 7조원 규모의 손실을 맞은 상황에서, 외부 수혈을 통해 주력사업인 낸드 부문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산지프 라자 CLSA IT 부문장은 "도시바 입장에선 신규 3D낸드 투자 집행 등 운영자금이 당장 1분기 내로 수혈돼야해 시간이 촉박해졌다"라며 "현재로선 일본 정부은행을 통한 자금 투입 혹은 공동으로 설비(Fab)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 디지털(WD)로부터의 수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낸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 기술력을 보유한 도시바가 매물로 나오면서, 반도체업체간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선두인 삼성전자(36.6%)에 이어 도시바(19.8%), 웨스턴 디지털(17.1%), SK하이닉스(10.4%), 마이크론(9.8%) 순으로 집계됐다.

      차세대 낸드 부문 경쟁력 확보가 오랜 과제였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기술력을 확보할 기회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선 세계 2위권 업체이지만, 낸드부문에서는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열린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올해 총 투자규모 7조원 중 낸드플래시 투자는 점차 늘리고, D램 부문 투자는 줄일 계획"이라고 밝혀 낸드부문 본격 투자 집행을 알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5년에도 도시바의 일본 오이타 이미지센서 공장이 매물로 나오자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소니에 밀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삼성·도시바 등 선두업체에 비해 주인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낸드 투자 결정이 늦어져 기술력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라며 "지분 인수에 성공한다면 컨트롤러(Controller) 기술 강화 등 시너지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체들에 가장 큰 위협요인인 중국 자본의 투입에 대한 견제도 인수 배경으로 거론된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연초부터 총 100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라인 설립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지난해 인수한 XMC에서 설립 중인 메모리공장에서 2018년부터 3D낸드 제품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엔 대규모 정부보조금을 바탕으로 미국 샌디스크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미국정부의 불허 결정으로 결렬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부문 독보적인 선두업체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도시바·WD·SK하이닉스 등 후발 업체들은 중국 자본과 결합하면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그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고사하는 치킨게임 위협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며 "미국도 정부차원에서 기술유출 우려로 인수를 막는 등 대응에 나서다보니 일본 정부도 중국으로의 매각 허가를 내리기 쉽지 않겠지만, 만약 중국업체가 인수한다면 SK하이닉스엔 엄청난 타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입찰 의향서 제출과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