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ING생명, 기관 투자심리는 미지근
입력 2017.02.10 07:00|수정 2017.02.10 07:00
    좋은 회사지만 결국 ‘생보사’…”꺾이는 업황·자본확충 부담 우려”
    높은 가치 원할 MBK파트너스…타 생보사들, 상장 후 주가 꺾여
    • ING생명보험은 올해 상장(IPO) 시장을 달굴 대어(大魚)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시장의 관심은 높지 않다. 우량 회사이긴 하나 자본확충 부담에 노출돼 있는 ‘생명보험사’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는 이유다. MBK파트너스의 회수 기대치, 상장 후 주가가 꺾인 타사의 전례도 투자를 망설이게 할 요소로 꼽힌다.

      ING생명은 이달 중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회사는 상반기 중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ING생명 회사 자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적적이다.

      2013년말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당시 24조원 수준이던 총 자산은 지난해 9월말 31조8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탄탄한 설계사 조직을 바탕으로 활발한 영업을 한 효과다. 그러면서도 향후 부담이 될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 비중은 낮게 유지했다. 경쟁사들조차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지급여력비율(RBC)도 346%로 안정적이다.

      외국계 회사 특유의 엄격한 자체 규제, PEF 인수 후 이뤄진 경영 효율화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난해 영업 호조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자살 재해 사망보험금 지급 등 영향을 받긴 했지만 당분간은 안정적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러한 평가가 IPO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손사래를 치는 기관들이 있다. '생보사 디스카운트'가 거론된다.

      국내 연기금 투자책임자는 “ING생명은 고금리 상품 비중이 낮아 역마진 우려나 IFRS17 도입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본확충 부담이 없지는 않을 것이고 생명보험업의 성장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에서 잠재 투자처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공모주 투자 담당자 역시 “ING생명이 안정적이고 좋은 회사이긴 하지만 꺾이는 업황에서까지 자유로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회사가 강조하는 높은 배당률도 단기 차익을 노리는 IPO 투자에 있어선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 때 힘을 더했던 기관들에서도 “IPO 참여 득실을 따져봐야겠으나 아무래도 금융업 투자는 부담스럽다” 혹은 “투자금 회수만 관심이 있다”며 미온적인 반응이 나온다.

    • ING생명의 희망 상장가치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기관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MBK파트너스는 신주 발행 없이 ING생명 구주 100% 중 절반 가량을 매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시총으로 3조원까지 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3조원이 목표라면 인수가격과 배당 및 리캡을 통한 회수, 생명보험 업황 등을 감안할 때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상장 후 주가가 힘을 못 쓰는 다른 생명보험사의 사례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상장한 4곳의 회사들은 모두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이나 그 밑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작년 연말 이후 시장금리와 금융주의 동반 상승이 이뤄졌음에도 이들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 아래서 형성돼 있다.

      공모주 20%를 우선 배정받게 될 직원들도 IPO가 썩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한 직원은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질 것이 뻔한데 원치 않는 주식을 떠안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