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상장 스팩,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입력 2017.02.15 07:00|수정 2017.02.17 09:45
    2010년 1세대 이후 코스피 상장 스팩 '실종'
    코스닥 스팩 60곳 시대...'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주목
    거래소 "시장 필요 없었을 뿐...코스피 상장 가능"
    • 올해는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볼 수 있을까. 2010년 대우그린코리아, 동양밸류오션 이후 자취를 감췄던 코스피 스팩의 상장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소규모 코스닥 상장 스팩이 '공식'으로 굳어지며 차별화된 특성이 사라진 탓이다. 비슷비슷한 스팩이 50곳 넘게 각축을 벌이며 역발상 차원에서 코스피 스팩이 언급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은 12일 현재 56곳에 달한다. 올해 들어 4곳의 스팩이 공모절차를 밟고 있어 곧 60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들 스팩은 한 곳의 예외도 없이 모두 코스닥에 상장돼있다.

    •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첫 스팩은 코스피에 상장됐다. 옛 대우증권에서 2010년 설립한 대우그린코리아는 875억원 공모에 성공하며 코스피에 입성했다. 국내 3호 스팩인 동양밸류오션 스팩 역시 450억원을 공모해 코스피 상장사가 됐다.

      코스피 스팩은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7년간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 스팩은 없었다. 선도 주자격인 이들이 모두 합병대상 확보에 실패한 까닭이다. 공모 규모를 고려하면 대우그린코리아와 동양밸류오션은 각각 시가총액 50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중견 회사와 합병해야 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회사 중 스팩을 택하는 곳은 없었다.

      2010~2011년 상장한 1세대 스팩이 거의 대부분 합병에 실패한 이후 스팩의 평균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2012~2013년에 상장한 2세대 스팩은 공모 규모가 200억원 안팎으로 줄었고, 2014년 이후엔 100억~150억원 안팎으로 설립되고 있다. 규모가 줄어들다보니 상장도 대부분 코스닥에만 집중됐다.

      스팩이 코스피에 상장하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다. 한국거래소 신규상장 규정에 따르면 코스피의 경우 스팩이 주식 100만주 이상, 자기자본 100억원 이상 조건을 충족한 상황에서 지분의 25% 이상 혹은 500만주 이상을 200명 이상의 일반 주주에게 공모하면 상장이 가능하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관계자는 "코스피 스팩은 그동안 시장의 필요성이 없어 안 만들어졌을 뿐"이라며 "코스닥 스팩과 심사요건에 약간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과의 차이는 기업요건상 자기자본 규모 정도다. 코스닥은 자기자본이 30억원 이상이면 된다. 다만 이는 사후충족요건으로, 공모를 통해 채우면 된다. 코스닥 스팩도 대부분 100억원 안팎의 공모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론상 현재 코스닥에 상장되고 있는 스팩 상당수는 코스피에도 상장할 수 있다.

      물론 코스피의 경우 기준 시가총액이 2000억원정도 되는 중규모 이상 기업이 상장하는 시장이다. 300억~400억원 수준의 스팩을 결성해 시가총액 2000억원 수준의 기업과 합병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으면 충분히 운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역시 최근 스팩 합병 경쟁이 치열해져서다. 지난해 1증권사 1스팩 원칙이 폐지되며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비슷비슷한 규모의 스팩을 쏟아내고 있다. 메인스폰서가 되는 증권사 이름 말고는 차이점이 없다보니 '확실히 다른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1세대 스팩은 스팩이라는 상품 자체가 잘 알려져있지 않았기 때문에 합병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금은 스팩의 인지도가 어느정도 쌓여있기 때문에 코스피에 스팩을 상장시켜 덩치가 있는 중견·중소기업을 노리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