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호황' 삼성전자·SK하이닉스, 그들만의 랠리
입력 2017.02.16 07:05|수정 2017.02.16 07:05
    양호한 실적 낸 정유·화학·건설
    장기적 전망 불투명해 투자 꺼려
    • "최근 기업들을 보면 업황이 좋았던 기업들만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불황이 조금만 이어지면 쓰러질 기업들이 여럿 보인다. 그나마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정도만 주목할 만하다"

      주요 기업들이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지난해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깜짝 실적을 기록한 기업들 대부분은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건설·철강 기업들도 경기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지만, 이들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자자들은 드물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기대를 걸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를 시작으로 창립이래 최대위기를 맞았던 삼성전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매출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5년연속 매출 200조원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였던 2013년(36조7900억원)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이는 지난해 '슈퍼호황'이라고 불릴 정도로 업황이 좋았던 반도체 부문의 경기가 한몫 했다.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반도체 단가는 급상승했다. 실적발표 이후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2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삼성전전자의 목표주가를 최대 270만원까지 전망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의 호황은 SK그룹의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돼 있던 지난해 2분기, 2013년 이후 가장 저조한 분기실적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전년대비 낮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년동안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같은기간 약 2만5000원대에 형성돼 있던 주가는 현재 두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 시장의 호황은 길게는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호황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비 메모리분야를 비롯한 반도체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국민연금을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 또한 두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분기 8.13%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4분기 9.03%까지 늘렸다. SK하이닉스는 국민연금이 1월 말부터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며 현재 지분율 10.9%를 기록, 올 들어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외에 국내 화학기업도 호황을 맞았고 철강업계, 대형 건설사 또한 모처럼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업황의 부침이 심한 화학업계의 경우, 장기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는 평가다. 철강업계는 미국 발 보호무역 강화 및 중국의 철강사 구조조정 등 대외변수에 노출돼 있고, 건설업체는 국내주택경기의 불확실성, 해외사업에서의 수주가뭄 및 저가수주 경쟁 등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업황에 힘입어 수년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요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황에 반짝 했던 기타 업종들의 경우 장기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집중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