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보험사 자본확충…지원 부담에 돌다리 두드리는 금융지주
입력 2017.02.17 07:00|수정 2017.02.17 16:01
    IFRS17 기준서 발표 등 자본확충 변수에 신중모드
    KB금융 “손보 100% 자회사화, 방향 맞지만 미정”
    신한금융 “생보, 증권 계정 재분류는 신중해야”
    NH농협, 보험사 배당 줄여 증자 효과 꾀할 듯
    • 올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계열 보험사에 대한 자본확충과 함께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IFRS17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살펴 증자나 지분율 확대, 계정분류 등을 결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KB금융지주 기업설명회(IR)에선 KB손해보험의 100% 자회사 추진 계획에 대한 기관의 문의가 있었다. 앞서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 후 100%로 자회사로 만들어 통합 KB증권을 출범했던 터라 KB손해보험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4월 발표될 IFRS17 기준서와 6월 이후의 지급여력비율(RBC)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며 “100% 자회사화를 추진할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으나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KB금융은 지난해 KB손해보험에 약 1700억원을 증자해줬지만 지분율 확대보다는 RBC 비율 유지 목적이 더 컸다. KB손해보험 미국 법인의 부진이 지난해에야 정리된 만큼 올해는 더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도 8일 IR에서 신한생명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IFRS17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에 대한 내역이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자본 축소가 불가피 하다. 보장성 보험은 늘리고 저축성 보험은 줄이는 등 전사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 확대 효과를 거둔 계정 재분류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두면 금리 하락 시 채권가격 상승 및 평가이익 발생, 자본항목의 기타포괄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반면 지난해 말과 같은 금리 상승 국면에선 평가손실 및 자본 감소가 불가피 하다. 신한생명의 매도가능증권과 만기보유증권 규모는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채권 재분류를 통해 자본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다각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IR에서는 하나생명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긴 했지만 업계 20위권의 군소 생명보험사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작년 9월말 RBC비율도 205.2%에 그친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증자도 고개를 내젓는 상황에서 하나생명에 신경을 쓸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NH생명보험과 NH손해보험 등으로부터 배당을 받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는 그 동안 보험사로부터 배당을 받고 필요에 따라 다시 증자 자금을 내려 보내는 전략을 펼쳐 왔지만 당분간은 배당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IFRS17 대응 차원에서 증자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배당가능이익을 그대로 둬서 사실상의 증자 효과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에 나선 우리은행도 보험사 인수는 최후순위 과제로 미뤄뒀다. 이광구 행장은 연임에 성공한 후 “생명보험사는 자본확충 부담이 있기 때문에 몇 년 후에나 인수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