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 올해의 화두는 "非은행 강화에 집중하라"
입력 2017.02.17 07:00|수정 2017.02.17 09:10
    비은행 강화 효과 본 KB금융
    우리은행도 지주 전환에 착수
    금융사 매물 소화여부 관심 커
    • 올해에도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키워드로 '비은행 강화'가 꼽히고 있다.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며 은행 수익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각 금융그룹의 안팎 상황이 비은행 강화가 불가피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까닭이다.

      비은행 강화 추세에 힘입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주요 금융사 매물이 소화될지 여부도 다시 관심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2조1400억여원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에 힘입어 주가도 신한금융을 추월했고, 시가총액은 신한에 2조원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KB금융의 선전은 비은행 강화에 힘입은 바 크다. LIG손해보험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인수에 성공하며 그룹 총 자산이 375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2015년 25%에 불과했던 비은행 계열사 수수료 수익 비중은 지난해 32%로 늘어났다.

      KB금융은 올해에도 비은행 계열사의 자산 및 수익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통합 전인 2015년 증권의 연간 순이익은 471억원에 그쳤지만, 올해엔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를 달성하면 카드와 증권 순이익 합계가 은행의 60%에 육박하게 된다.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역시 지주사 재전환에 착수하며 비은행 강화의 기치를 올렸다. 지주사 전환의 실익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필요성에 일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종합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아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겠다는 명분이다.

      당장 이광구 행장이 캐피털, 부동산관리회사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을 거론한 상황이다. 증권·보험 부문의 대규모 M&A는 아직 쉽지 않지만, 명분 쌓기 나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의 증권 라이선스 전환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신한금융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비은행 강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동우 회장 후임으로 조용병 회장-위성호 행장 체제가 확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은행 부문이 강화될 토양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으로 능력을 발휘했고, 이를 인정받아 회장직에 올랐다. 은행을 넘어 금융그룹의 수장으로 그의 능력을 주주들에게 인정받으려면, 비은행 분야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 순위의 과제로 손꼽힌다.

      게다가 위 행장 내정자와의 건전한 경쟁 관계를 생각하면 조 회장 내정자가 비은행에 힘을 실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공석이 된 신한카드 사장 후임으로 조 회장 내정자의 '러닝메이트'라고 평가받던 임영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언급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통합을 무사히 마무리한 하나금융지주도 비은행 부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빡빡한 이중레버리지비율로 인해 대형 M&A나 계열사 증자는 어렵지만, 은행-증권 간 기업금융(IB) 담당임원 겸직제도를 제도입하는 등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성장을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엔 올해 은행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당초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며 순이자마진(NIM)의 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장금리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다.

      2.6%에 육박했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2.4%대로 오히려 하락했다. 2%대 초반 성장률이 점쳐지는 국내의 어려운 경제 상황도 기준금리 인상 등 금리 상승 가능성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성장을 위해선 은행 외 다른 '플러스 알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M&A 시장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NG생명, KDB생명,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등 현재 금융 시장엔 상당한 수의 금융사 매물이 나와있다. 그간 이들 기업의 매각은 매수자 부재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M&A는 비은행 강화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인만큼 각 금융그룹의 상황에 따라 전격적인 전략적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