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중개사 절반 올해 폐업 가능성도
관련 법안 개정 지지부진...중기청과 엇박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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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작 금융위는 '성공적 도입'이라고 자평해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법 개정으로 보완해야 할 사안들도 혼란한 정국 탓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크라우드펀딩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크라우드펀딩 도입을 두고 "완연한 성공의 모습을 이뤘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펀딩 시도와 성공 건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고, 지난 한 해 18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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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년의 성과를 두고 금융당국과 시장 참여자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난해 261건의 펀딩이 진행됐지만 성공한 프로젝트는 120여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중기특화증권사를 선정해 플레이어의 수는 늘어났지만 월별 프로젝트 수는 오히려 도입 초기보다 감소했다. 금융위가 '크라우드펀딩 발전방안'을 발표한 지난해 11월 프로젝트 수는 반짝 증가하긴 했지만 올들어 그 수는 급감했다.
증권사들의 성적도 좋지 않다.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이하 중기특화증권사)로 선정된 사업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곳은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다. 두 증권사는 지금까지 각각 23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펀드 성공률은 50%대에 머물렀다. 유진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키움증권의 성공률은 이보다 높지만 진행한 프로젝트 건수가 5건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금융위는 크라우드시장 활성화를 위해 억지로 증권사를 끼워넣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상반기 금융당국은 중기특화증권사 선정 평가항목에 크라우드펀딩을 필수항목으로 지정했고, 신규 사업이 필요했던 중소형 증권사는 부랴부랴 사업을 준비해야 했다. 증권사에서 크라우드펀딩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라 회사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증권사보다 먼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던 플랫폼 업체의 줄파산도 예상돼 '성공'이라는 말은 무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14곳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사업을 정리하거나 M&A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처·투자자 규모에 비해 플랫폼 업체가 늘어난 탓이다. 업계 선두업체였던 유캔스타트는 리워드형 펀딩만 남겨두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은 종료했다. 관련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유인해 플레이어 수를 억지로 늘렸지만 시장 확대 효과는 없었다"며 "증권사와 중개사, 금융위 모두가 불행한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금융위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금융위는 지난 10월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정책을 발표해 의미있는 정책 변화를 예고했지만, 대부분 밀리거나 좌절됐다.
금융위는 개별 중개업자 홈페이지를 통한 광고만 허용하는 기존의 광고규제를 개편하겠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영화 제작 등 문화산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문화산업전문회사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을 사모에서 공모로 확대하려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비되면서 관련 법 개정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중소기업청과 금융위는 엇박자를 내고 있어 시장의 눈총을 샀다. 중기청은 이달 해외에서 5000만원 이상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에게 연간 2억원 규모의 기술개발(R&D)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라우드펀딩 주무 부처인 금융위의 영역을 피하기 위해 낸 제도인데, 자칫 국내 크라우드펀딩사 육성에 반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그나마 투자자 범위가 확대된 점은 시장 관계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크라우드펀딩의 적격투자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앞으로는 투자자의 적격투자자로 지정된 전문 인력은 일반투자자보다 투자한도가 높아 기업당 최대 1000만원을, 연간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금액이 충분치 않아 투자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광고규제 개편안 등 통과하지 못한 일부 안건은 개정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계속 준비 중인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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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