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진 정책본부, 힘 실리는 BU…신동빈 회장 영향력 확대
입력 2017.02.27 07:00|수정 2017.02.27 07:00
    경영 부담 줄이고 경영권 분쟁 대비 여유
    그룹 전반 경쟁력 강화 유도
    • 롯데그룹이 미뤄왔던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정책본부 역할을 줄이는 동시에 각 사업부문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아직 가동 전이라 경영혁신실과 비즈니스유닛(BU) 간의 명확한 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신동빈 롯데 회장의 영향력만큼은 더 커졌다는 평가다.

      롯데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다. 과거 정책본부를 중심으로 개별 계열사들을 관리하던 톱다운(Top-down)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네 개의 BU 체제를 구축해 보다 수평화한 조직 체계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기존 정책본부는 그 규모와 역할을 축소해 경영혁신실로 바뀐다.

      조직 개편의 표면적 배경은 그룹의 중장기 과제인 지주사 전환작업을 위한 포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관련 법규와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롯데그룹을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속내는 보다 복잡하다. 롯데그룹은 ‘형제의 난’과 최순실 국정농란 사태 연루 등 잇달아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안팎으로 시끄럽다.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의 특징은 일단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데 집중했다. 대폭의 승진 인사가 있었고 그 내용도 과거와는 상이한 모습이다. 고(故) 이인원 전 부회장 때까지 사장급 이상 승진은 여러 계열사들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던데 반해 이번에는 계열사 내에서 바로 승진이 이뤄졌다. 각 계열사 수장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른바 ‘회전문 인사’를 없앴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는 동시에 각 부분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경영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게 됐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경영혁신실과 각 BU 간의 관계다. 아직까지 가동 전인 체계이다 보니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선 황각규 실장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경영혁신실이 자칫 BU 위의 ‘옥상옥(屋上屋)’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경영혁신실과 BU 간의 관계가 과거 정책본부 시절의 수직적 보고 체계와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힘이 조금 더 실린다.

      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책본부의 역할과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관련 인원들을 BU장 아래로 보낼 예정”이라며 “경영혁신실에서 그룹 차원의 왕성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10년새 그룹의 규모가 커지면서 정책본부가 모든 사안을 관장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BU를 중심으로 한 경영 전략 수립과 이행은 재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향후 M&A도 각 BU가 주도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본부 축소와 BU 영향력 확대의 결과는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버지의 사람들이 물러나고 자신의 사람들을 요직에 앉혔다. 안정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룹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다. 각 BU에 성과 중심의 책임경영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혁신실과 BU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각 BU 간의 경쟁을 유도해 그룹 전반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초기에 주도권을 놓치지 않거나 잡으려는 시행착오들이 있겠지만 정착만 되면 지주사 체제의 롯데그룹도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