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구속에 움츠린 삼성…회사채 발행시장서 잠적
입력 2017.03.02 07:00|수정 2017.03.02 07:00
    올 들어 삼성 계열사 회사채 발행 '제로'
    올해 1조원 상환하는 삼성물산…현재 절반은 현금상환
    4월 차환발행 계획…합병이슈+JY 구속에 올 스톱
    호텔롯데, 삼성SDI도 순상환 기조
    • 큰손으로 불렸던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순상환 기조를 보이며 발행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불거졌고, 최근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수사 결정도 계열사들이 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당초 4월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2400억원의 차환발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최근 재검토에 들어갔다. 주관사를 선정하진 않았지만 기존 회사채 발행을 담당했던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시장반응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총 2조1400억원이다. 이중 1조700억원, 전체의 절반가량을 삼성물산이 차지한다. 단일기업으론 현대제철(1조1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 지난해 시장에선 삼성물산이 올해부터 대규모 차환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사는 올해 초부터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만기 채권 2400억원을 현금상환 했고, 3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2500억원 또한 순상환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 4월 만기도래 채권 상환을 위한 차환발행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제일모직 합병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국민연금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사가 결정되면서부터는 실추된 이미지로 사실상 발행시장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올해 초 순상환에 나서긴 했지만 올해 만기도래 채권을 전부 현금상환하기엔 부담이 있는 만큼 일부는 차환발행에 나설 계획이었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수사와 최근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해서 발행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계획 또한 수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물산 외에 이달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 삼성중공업도 보유현금으로 모두 상환했다. 올해 9월 추가로 2000억원의 상환 스케쥴이 잡혀있지만, 업황을 고려할 때 현재시점에선 차환발행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호텔신라 또한 2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자체 자금으로 순상환 하며 올 들어 삼성그룹 계열사에선 단 한 건의 회사채 발행도 없었다.

      삼성SDI는 지난 해부터 꾸준히 현금상환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2월에도 2012년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있었으나 차환발행에 나서지 않았다. 시장에선 꾸준히 현금상환에 나섰던 만큼 조만간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난 2012년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8월로 계획돼 있다.

      시장에선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자의반타의반'으로 확실한 순상환 기조를 갖게 된 것으로 평가한다. 불확실한 경기에 대응해 차입금을 줄여 재무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그룹과 오너로부터 촉발된 전반적인 이미지 실추로 인해 자금조달의 창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순상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빅 이슈어였던 삼성그룹이 발행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발행에 나서려던 다른 그룹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