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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금융그룹이 국내 대기업 함께 해외 M&A 등을 단행하는 사모펀드(PEF)를 검토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장에서 거론됐다. SKㆍLGㆍGS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은 물론, 네이버ㆍ셀트리온 같은 신사업 중심 회사들과도 논의가 진행된다.
그림이 크다보니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박현주 회장이 직접 나서 챙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단순지분 매각에서 초대형 경영권 M&A로 바뀐 도시바낸드 매각과 SK하이닉스의 인수 시도에도 이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 주 미래에셋이 SK그룹에 이런 공동투자를 수용할 생각이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다. 따져보면 이 정도 M&A에는 재무적 투자자(FI) 모집이 필수인데다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앞단에 나설 수 있는 곳도 몇몇 회사에 그친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보기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 (旣視感ㆍDejavu)이 있는 투자컨셉이다. 2011년 전광우 이사장 재직 당시 국민연금이 시장에 제안했던 방법이다.
◆대기업은 부채 감소ㆍ기관들은 '같이 투자' 가능해져
당시 국민연금 대체투자실은 '코퍼레이트 파트너십'(Corporate Partnership)' 펀드란 이름으로 이런 투자 아이디어를 냈다. SKㆍCJㆍ한화ㆍ롯데ㆍGS 등 대기업은 물론, KTㆍ포스코ㆍKT&Gㆍ한국전력 등까지 앞다퉈 펀드를 조성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코파펀드는 불과 5년 새 유명무실해졌다.
같은 시기에 미래에셋운용이 사모펀드(PEF)를 조성, 휠라코리아와 함께 세계 1위 아쿠쉬네트(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언저리에 포함된다. 다만 휠라코리아의 브랜드파워가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준은 아니어서 함께 묶기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언뜻 보기에는 실패한 5년 전 아이디어를, 미래에셋이 이제와서 다시 차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기'와 '운용주체'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대기업 입장. 5년 전에 비해 국내 대기업의 M&A와 투자 방향이 확고해졌다. 당시에는 리스크를 대비한 현금유동성 확보가 기조였다면 지금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톱티어 기업이라면 과감하게 인수해야 한다는 기조가 뚜렷해졌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사들일 기업이 마땅치 않으니 기술력 있는 해외기업을 뒤져야 한다는 인식도 보편화됐다. '해외투자' 필요성이 완전히 무르익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FI들과 공동투자가 이뤄지면. 수천억~조단위 자금 마련에서 회사채ㆍ인수금융 등의 '빚'(부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풋옵션(Put Option)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재무제표상 부담도 확 줄어든다. 브랜드 네임에서 효과도 있다. 어쨌든 비은행 계열 국내 1위 투자금융회사가 앞단에 나서서 대기업을 지원한다.
실익은 미래에셋이 더 많아 보인다.
말 그대로 '투자의 시대'. 자기자본 7조원에 육박하는 공룡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결국 '리스크 테이킹'이 필수다. 은행처럼 기업여신을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이 정도 투자를 진행하는데 있어 최고의 파트너는 역시 대기업 뿐이다.
기술력과 시장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M&A라면 전문성은 관련사업을 오랫동안 영위해 온 대기업이 최고다. 외국계 투자은행(IB)나 회계법인, 맥킨지ㆍBCG 같은 컨설팅 펌과 비할 바가 못된다. 더 큰 장점은 이렇게 사들인 해외기업의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대기업 스스로 가장 발 벗고 나설 것이란 점이다. '나중에 또 내다팔 회사'를 찾는 재무적 투자자(FI)와 달리, 대기업의 M&A는 자회사ㆍ계열사로 남겨둘 자식들을 '입양'하는 과정과 같다.
달리 하면 그 대기업이 인수해서 끝내 성공을 못한 M&A라면 다른 누가 나섰더라도 어려웠을 거래라는 증빙도 가능하다.
펀드레이징이나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장점과 명분도 상당하다.
그러잖아도 국내 연기금을 위시한 기관투자가들은 '어떻게 하면 수익률을 높일까'란 해묵은 고민을 갖고 있다. 결국 전통자산을 벗어난 대체투자가 답인데 부동산ㆍ인프라ㆍ블라인드 사모펀드(PEF) 등은 수익률이 낮거나 투자건수가 점점 줄어들는 추세였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연기금ㆍ공제회 투자책임자(CIO)들은 외부 인터뷰 때마다 '해외 대체투자 확대'를 '만병통치약'처럼 거론했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의 상황도 알기 어려운데 기술력으로 먹고 사는 국경 너머 기업에 대한 판단과 투자는 정말 '겁나는' 일이다. 국내 기관들의 부족한 경험이나 한정된 인력 리소스를 감안할 때 양적이든, 질적이든 이를 담보하기는 요원하다.
이 상황에서 해당 분야 국내 1위 대기업과 국내 1위 투자금융그룹이 함께 기술력 있는 회사를 사들인다면. 적어도 여기에 참여할 명분 만큼은 확고하다. 극단적으로 나중에 투자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SK도, CJ도, GS도 실패한 거래다"라는 '면피(?)도 가능하다. 이른바 국내 기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같이투자'('가치투자'가 아닌)의 전형이다.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SK하이닉스-도시바 같은 사례라면 다른 해외기업과 경쟁하는 데 앞장선 당당한 '코리아 컨소시엄'의 구성이라는 명분도 확보하게 된다.
펀드 운용사도 쏠쏠한 수수료와 보수를 챙길 수 있다. 일단 펀드를 조성하며 운용보수(Management Fee)와 성공보수(Carried Interest)를 챙겨갈 수 있다. 운용사 출자금(GP Commitment)를 통해 투자자(LP)로서 받는 수익은 별도다. 그러면서 투자회사 관리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 대기업이 앞장서서 나서주니 신경 쓸 일이 적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대체투자건도 찾기 힘들다.
◆국민연금은 안되고, 미래에셋은 되는 이유
꽤나 말이 되는 투자컨셉이지만 국민연금은 실패했다. 반면 미래에셋은 5년 뒤 폐기처분된 아이디어를 쓰레기통(?)에서 건져내 제대로 써먹고 있는 형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둔중함'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1년. 당시 국민연금이 코파펀드를 추진할 당시. 세부 투자조건을 보면 대기업들이 황당해할 정도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단 출자금액부터 '투자대상'이 아닌 '대기업 신용등급'으로 등급을 나눴다. 즉 AAA등급은 4000억원, AA등급은 3000억원, A등급은 2000억원으로 한도를 정했다. 투자 대상이 어디냐는 나중문제였다.
또 투자수익은 '국민연금이 먼저 먹고 나중에 대기업이 가져가라'는 방식이었다. 국고채 5년물 수익률에 이를때까지 발생하는 이익은 우선 국민연금 몫이었다. 국고채 5년물 수익률과 내부수익률(IRR) 8% 사이 이익은 대기업과 국민연금이 5:5 로 나눠야 했다. 이를 넘어선 초과이익은 또 국민연금과 대기업이 6:4로 또 나눠먹는다. 그러면서 손실방지 조항도 삽입, 혹시라도 손실이 발생하면 대기업 투자금부터 먼저 비용으로 제하는 구조였다.
이 정도 수준이니 말이 대체투자지 국민연금의 변형된 채권투자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일부 대기업은 "이런 국민연금 돈을 받느니 차라리 회사채를 찍겠다"라고 반대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삼성물산도 MBK파트너스를 운용사로 두고 코파펀드 설립을 추진했지만 결국 계획을 접는 등 여러 말이 많았다.
심지어 국민연금에서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오히려 투자시장이나 PEF산업 관계자들은 "웬일로 국민연금이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느냐"라고 놀랠 정도였다. 그나마 대체투자실 실무진들이 고민을 거듭, 어려운 투자환경을 극복하고자 간신히 뽑아낸 아이디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도 국민연금이라는 조직의 태생적인 한계에 가로막혀 꽃을 피우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후 MB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고 2013년 5월 전광우 이사장의 후임으로 최광 이사장 (2013.5~2015.10)ㆍ문형표 이사장(2015.12~) 등이 차례로 부임하면서 이 아이디어는 전격 폐기됐다. 특히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2013.11~2015.11) 재직 시절, 국내 PEF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암흑기를 맞았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국민연금의 PEF에 대한 인식은 잔혹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PEF가 왜 손실이 납니까"라는 게 당시 국민연금 고위관계자들의 멘트일 정도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극히 낮았다는 것.
이러니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본들 국민연금이 하는 투자검토는 결국 '미인대회'(Beauty Contest)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식만 또 남게 됐다.
공공기관의 경직성이 스스로 창출한 투자 아이디어조차 살리지 못하는 사이. 영민한(?)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은 이 투자 아이디어를 냉큼 챙겨갔다는 결론이 나온다. 거버넌스에 대한 불안감과 투명성 문제로 오너기업들이 비난을 받고 있지만 결국 똑똑한 오너가 있는 민간회사만 시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는 씁쓸한 사례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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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27일 16:54 게재]
입력 2017.03.02 07:00|수정 2017.03.0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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