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국민연금 PEF 출자시기…결정권은 황교안 권한대행?
입력 2017.03.06 07:00|수정 2017.03.07 09:21
    PEF 운용사들 “어렵지만 매년 출자 계획대로 진행할 것” 한 목소리
    국민연금, 사실상 황교안 대행 수장 체제…국민연금 역할도 강조
    대체로 “이른 시일엔 어려울 듯” 전망…일부는 “상반기 출자 희망”
    • 국민연금이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올해 출자사업은 진행할 것으로 사모펀드(PEF)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수장 공백은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메운 형국이라 큰 차질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출자 시기는 국민연금이 처한 물리적 한계 때문에 늦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삼성그룹 합병 문제에 연루되며 수사선상에 올랐다. 문형표 이사장은 구속 중 사의를 표했고, 운용 인력은 업무 계획 수립보다 수사 대응에 매달려야 했다. 최근엔 기금운용본부가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하며 운용 인력의 이탈도 많았다. 다른 부서에서 충원한 인력마저 재이탈하며 조직 구성에 애를 먹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는 시장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사업계획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지만 전주 이전 후엔 어떻게 접점을 찾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리적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출자사업을 비롯한 기금 운용의 큰 그림은 그려놓지 않았겠느냐는게 PEF 운용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격년으로 출자에 나섰던 국민연금은 2015년 인후 매년 사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지난해도 운용사들에 ‘규모를 줄이더라도 매년 출자금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처해 있는 상황이 녹록진 않지만 558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1조원 운용계획도 마련하지 못할 리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지난해까지 국민연금 라지캡 출자금을 받아갈 곳은 거의 받아갔고 새 펀드레이징 시기도 아직 돌아오지 않아 올해도 라지캡 부문 출자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방침과 달리 출자를 거른다면 뒷말이 무성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떤 테마로든 출자사업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연금은 최근 10년 만의 조직개편에도 나섰다. 기금운용본부를 확대하고 본부장 아래서 투자를 이끌 증권투자부문장과 대체투자부문장 자리를 신설했다. 운용직의 보수를 올리고 전세자금 대출 지원 등 복지혜택도 강화하기로 했다. 뒤늦었다는 평가가 없지는 않지만 상황을 추스르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 출자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키를 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의 입김에선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사장은 공석이고, 다음 수장 임명권은 대통령에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당분간 황교안 권한대행의 친정체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하차 후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연일 밖으로 돌며 대선 행보를 걷고 있다. 시선은 가장 시급한 현안인 ‘경제 살리기’에 모아져 있다. 국민연금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 출자를 기다리고 있는 PEF 운용사 관계자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민연금에 산업 육성 등 계획안을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라며 “자신이 강조하는 경제 정책은 결국 정부가 돈을 쏴줄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국민연금의 PEF 출자도 그 한 갈래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출자에 나서더라도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일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PEF 운용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민연금 출자와 정책의 연계를 꾀한다 쳐도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법재판소가 이달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대선이 예상되는데 그 전까지 출자공고를 내기는 빠듯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펀드레이징을 희망하는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 인력이 너무 많이 바뀌어 출자 계획을 물어보기도 마땅치 않아졌다”며 “상반기 중에 출자 공고가 나서 9월 정도엔 운용사로 선정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상반기 중 공고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출자를 기다리는 운용사가 많은 점을 고려해 여러 곳에 소규모 자금을 쪼개주는 전략을 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 출자자 중 한 곳인 산업은행도 국민연금의 출자가 늦어질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우수 운용사를 선점하기 위해 이달 출자 공고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