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생보사 자살보험금 지급, CEO 연임 중요도 순서 따라?
입력 2017.03.07 07:00|수정 2017.03.08 10:14
    빅3 생보사, 금감원 징계에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
    CEO 연임 중요한 교보-삼성-한화 순으로 지급 결정
    고객 신뢰 하락 피할 수 없을 듯
    • 수년 째 소송전을 불사하며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던 빅3 생보사가 차례차례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 지급결정도 보험가입자를 위한 선의(善意)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자사의 CEO 연임 이슈에 무릎을 꿇은 성격이 커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빅 3가운데 "누가 먼저 손을 들었느냐"라는 순서도 CEO 연임이 중요한 순서가 그대로 적용됐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 관련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지난달 23일 기습적으로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중징계 시 오너인 신창재 회장의 경영참여가 힘들어진 다는 생각 하에 내려진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두 생보사와 달리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으면서, 신창재 대표는 CEO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전부터 빅3 보험사 중에서 교보생명이 제일 먼저 자살보험금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감독당국이 중징계를 예고한 터라 자칫 오너인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심의위원회 이전까지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지 않자, 추후 행정소송까지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CEO 연임 이슈에 ‘백기투항’한 꼴이 됐다.

      다음으로 손을 든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자살보험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상으로는 영업에 끼치는 손해가 큰 점을 자살보험금 지급 사유로 밝혔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김창수 사장 연임을 위한 결정이란 평가다.

      김 사장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23일 연임이 결정됐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사 쇄신을 위한 ‘물갈이’ 인사가 예상됐지만, ‘최순실 사태’ 여파로 컨트롤타워가 붕괴되며 삼성 금융사 사장들은 대규모 인사를 피했다. 하지만 같은 날 금융감독원이 문책경고란 중징계를 두며 김 사장의 연임을 가로막았다.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금융위원회에서 통과한다면 3년간 김 사장은 금융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즉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레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김창수 사장의 연임이슈 때문일 것이다”라며 “김 사장이 연임이 안됐더라면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빅3 보험사 중에서 가장 늦게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미 삼성, 교보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한화생명만 자살보험금을 안 주기에는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더불어 두 회사와 달리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점도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이 늦어진 이류로 거론된다. 오너인 신창재 교보생명 사장과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차 사장의 경우 그룹 내 영향력이 다른 두 회사 CEO와 다른데다 계열사 사장 인사는 언제든 단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살보험금 지급이 상대적으로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빅3 보험사 모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지만, 고객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에도 불구하고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더니, CEO연임 이슈에 결국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자살보험금 이슈가 마무리 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이들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