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M&A, 누구와 접촉해야 할까요"
입력 2017.03.08 07:00|수정 2017.03.09 10:43
    LG, M&A '실탄'도 '의지'도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
    광장-LG 공고한 동맹도 '흔들'…각 로펌 탐색전 시작
    '깜깜'한 담당 인사·조직은 숙제
    • “이제 LG도 나올 때가 됐다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큰데…M&A는 도대체 누구를 만나서 접촉하면 될까요?”(A로펌 M&A 파트너 변호사)

      “공들여 그룹에 내부 인사를 몇 명 사귀어놨는데, 전부 자기는 권한이 없다고 손사래 치다보니…”(B로펌 M&A 파트너 변호사)

      “후배 변호사들이 대기업으로 옮긴다 하면 제발 삼성·SK로 가지 말고 LG로 가서 내 라인 좀 돼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입니다”(C로펌 M&A 파트너 변호사)

      최근 LG그룹이 법무법인 인수·합병(M&A) 자문 변호사들의 초유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LG그룹은 M&A를 꺼리고 자체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는 경영 전략의 ‘상징’으로 언급돼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등 경쟁사들의 공격적 M&A 행보에 위기감을 느끼며 변화의 불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구본준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게 된 점도 M&A 행보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연초엔 LG실트론을 SK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해 LG카드 매각 이후 14년 만에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LG실트론 매각 주체인 지주사 ㈜LG에 대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미 보유한 약 3000억원 규모 현금을 활용해 ‘실탄’ 측면에선 조 단위 매물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그룹 비공개회의에서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및 실무자들이 LG그룹 주요 사업 전망에 대한 PT를 구본준 부회장 앞에서 진행했는데, 확실히 이전보다 질문 내용 등을 볼 때 ‘선진적이고, 깨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향후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큰 장’에 목말라 온 각 로펌의 M&A 자문 변호사들도 LG그룹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다른 그룹들이 자문료 인하를 요구해오는 최근 관행들과 달리, LG그룹의 거래는 '깔끔하고 신사답다'는 평가가 번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전까지 이어진 ‘LG 거래-법무법인 광장’이라는 공고한 연결고리에도 점차 파열음이 나오면서 타 로펌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광장은 과거 LG그룹의 지주사 전환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준 이후로 LG그룹의 주요 거래를 전담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LG그룹 자체가 좀처럼 M&A에 나서지도 않은 그룹인 데다, 드물게 매물이 나온다 해도 광장이 독식하다 보니 타 그룹보다 공을 들이기에도 모호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광장이 지난 2015년 SK그룹의 CJ헬로비전 인수전에서 SK 측 자문을 맡아 '대표 선수'로 뛰면서, LG그룹과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당시 LG그룹은 계열사 LG유플러스를 통해 KT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광장이 LG그룹에 “앞으로 자문료를 20%씩 할인해 주겠다”는 공문까지 보내 관계 회복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업계 변호사들 사이에선 회자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M&A 담당 변호사는 “LG그룹 거래는 한진그룹과 함께 '법무법인 광장'이 독점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업계에 남아있지만, 광장과 혈연관계로 묶인 한진과 달리 LG그룹 거래 참여는 불가능할 것 같진 않아 올해 더 적극적으로 접촉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광장 측은 "LG그룹 자문은 이전부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고, 고객들도 다른 로펌 들과 일을 안한건 아닌데 몇 번 잘 안되다보니까 우리에게 다시 자문을 맡기는 분위기"라며 "다른 로펌들도 자문에 참여하고 싶으면 언제든 환영하고 당당하게 경쟁하는게 맞다"라고 항변한다.

      업계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역시 LG는 쉽지 않다”는 난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M&A를 총괄하는 조직 및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고민이다.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최근에는 SK그룹이 M&A 확대 전략을 시작하며 로펌 업계에선 "로펌 내에서 M&A 업무에 발만 담궈도 변호사들을 그룹으로 스카웃 해갔다"며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LG그룹의 움직임은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M&A를 총괄하는 대표 인사 이름이 하나둘 호명되는 타 그룹들과 달리 LG그룹 내 M&A 조직은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이전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SK의 ‘수펙스(SUPEX)’, 롯데의 ‘정책본부’, 한화의 '경영기획실' 등 그룹 전체 M&A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의 M&A팀은 CFO 산하 재무부서 소속으로 배치돼 있다. 이와 별개로 LG전자·LG화학 등 계열사별로 M&A전담 조직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그룹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해외 각 국에 M&A 조직을 두고, 해당 조직이 현지 업체들을 발굴해서 국내에 알리면 국내에서 결정해 투자하거나 협약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라며 “문제는 체계는 갖춰져 있지만 자금 문제, 현업에 대한 고민 등으로 인해 운영이 잘 안 돼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숨은 실세로 불려온 강유식 현 LG경영개발원 부회장의 공식·비공식적 은퇴도 향후 M&A 조직 강화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강 부회장은 과거 LG구조조정본부장 시절부터 LG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선두에서 이끌며 구본무 회장과 함께 그룹 의사 결정을 주도해온 인물로 언급돼왔다. M&A에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으로 그룹 내에선 평가받고 있다.